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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알려진 바닷가마을
지난 6월 30일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됐다. 양양분기점에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동해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양양톨게이트로 나간 후 5분쯤만 달리면 동호리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피서객들이 반길 만한 거리다. 더욱이 동호리 바로 뒤편은 양양국제공항이다. 요일마다 다르지만 제주, 부산, 김해를 오가는 비행기가 운항된다. 동호리에서 양양공항으로 곧장 들어가는 2차선 도로도 조성돼있다. 동해바다가 있는 양양을 찍고 남해로 떠나는 다이내믹한 여행 코스를 짜기에 안성맞춤이다.
동호리는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등 동해바다 여행길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더욱 알려진데다 낙산사, 오산리선사유적공원등 주변에 가볼 만한 관광지가 많은 덕분에 올해만도 10만여 명의 관광객이 동호리를 다녀갔다.
동호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즈음부터다. 바닷가 작은 마을이었는데 해수욕장 아치를 세우면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마을 앞 바다를 가로막던 철조망을 걷어낸 것도 한몫했다. 북한 침투를 대비해 뾰족뾰족한 철망이 마을과 바다를 흉물스럽게 갈라놓고 있던 것을 거의 다 걷어내면서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드러났다.


거기다 강원도가 지원하는 새농어촌건설운동에 참여하면서부터 마을길도 가꾸고 바닷가 주변시설도 늘려나갔다. 2003년께부터는 이 마을의 전통고기잡이 방식인 ‘멸치후리기’를 재현했다. 피서철이면 멸치후리기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피서객들을 불렀다. 이제 멸치후리기 체험은 동호리 뿐 아니라 양양의 대표 어촌체험프로그램이다.


동해안 대표 어촌체험프로그램 멸치후리기
“메레치가 죽어야 내가야 산다/이번 산대(잡은멸치를 뜰 때 쓰는 도구)는 용왕님 산대/이번 산대는 선원들 산대…….”
동호리는 예부터 멸치후리기로 먹고 살던 마을이었다. 동호리 앞바다가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멸치의 먹이인 부새우(불새우)가 바글바글 했다.
부새우를 잡아먹으러 온 멸치가 새까맸다. 마을 사람들은 바다 중간에 배를 대고 그물을 던진 후 멸치후릿소리를 함께 부르며 멸치가 그득 담긴 그물을 끌어당겼다. 멸치그물을 끌어당기는 데는 무려 40~50여 명의 사람들이 동원된다. 그 사람들이 다 잡은 멸치를 몇 동이씩 나누어 가져다 재 너머 양양시장에 팔았다.
얼마나 멸치가 잘 잡혔는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 번 멸치를 잡았다 하면 15톤은 족히 됐단다.


동호리마을03.jpg1톤 트럭 열다섯 대 분량이니 지금은 상상도 못하는 풍어였다. 어떤 때는 절반 넘게 놓아주기도 했단다.
하지만 멸치가 많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형 선단이 멸치를 싹쓸이해갔다. 동호리 앞바다에서 멸치가 점점 사라졌다. 1983년 가을을 마지막으로 멸치후리기는 멈췄다. 그리고 20년이 다 되게 멸치잡이 그물은 보이지 않았다.


2003년 동호리는 특색있는 마을 자원을 찾다가 멸치후리기를 복원하기로 했다. 수 백 년 동안 이어진 우리 고유의 전통이지만 1980년대 이후 외면당한 멸치후리기를 문화적으로 복원한 사례는 없었다. 심지어 멸치후릿소리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에서도 소리만 남아있었다. 동호리 사람들은 새농어촌건설운동을 통해 받은 시상금으로 배와 어망을 샀다. 모든 주민이 나서 어망을 이어 멸치잡이에 쓰는 대형그물을 만들었다.
그물 만드는 데 무려 열흘이 걸렸다니 그물 크기가 짐작이 간다. 아직 멸치후릿소리와 그 방식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마을에 건재했다.


그해 여름 경험 많은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곧장 멸치후리기 체험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피서객들로서는 생전 본적도 없는 멸치후리 체험에 참여한다는 것도 즐거웠지만 갓 잡은 멸치를 그 자리에서 받는다는 걸 무엇보다 즐거워했다.
즉석에서 초장에 찍어먹는 멸치회의 맛은 또 얼마나 짜릿한지. 입소문이 점점 퍼졌다.
마을 사람들은 내친 김에 멸치후리기를 문화행사로 정착시켰다. 지역 국악인들이 합세하며 멸치후리기 시연은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2015년 강원민속예술축제 최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6년에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동상을 거머쥐었다.
멸치후리기 체험은 동해안에서 가장 인기있는 어촌체험프로그램이 됐다. 양양연어축제 등 축제 마다 참여해 동해안의 전통어로를 선보이며 마을을 알리고 있다.


바닷길 따라 짙푸른 송림 사이 오밀조밀한 마을
동호리마을02.jpg동호리는 바다를 따라 길게 형성된 마을이다.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동호리 1~4반이 바닷길을 따라 이어져 있다. 1반은 송림으로 시작된다.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푸른 소나무밭이 길 양쪽으로 짙푸르게 펼쳐져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쭉쭉 올려 뻗은 소나무는 사시사철 진초록 솔향을 뿜어낸다.


그 사이로 1950년대부터 설립됐다는 오래된 교회와 작은 집들이 드문드문 서 있다. 내륙 쪽으로는, 그러니까 양양공항 아래쪽으로는 자라목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이 웅크리고 있다. 생긴 모양새가 자라목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대여섯 채의 집밖에 남지 않았다. 옴폭 파인 모양의 바닷가 마을은 무척이나 아늑한 느낌을 준다.

 

북쪽으로 올라가 하얀 모래밭이 드넓게 펼쳐진 바닷가를 마주한 동네가 동호리 2반과 3반이다. 오른 편에 구릿빛 호수가 있어 굴개라 불리게 됐다는 이곳에는 민박집과 펜션, 음식점이 몰려있다. 양양공항 아래쪽으로는 이국적인 외관을 지닌 펜션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100여 가구 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에 펜션이 무려 30여 개나 되니 관광지로
서 동호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바닷가 바로앞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다. 송림 사이로 텐트 치기 좋은 데크와 월넛색 야외 테이블이 펼쳐져 있다. 여름이면 이 캠핑장에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피서객이 몰린다.
가장 북쪽인 동호리 4반은 본래 장존리라 불리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 동호리로 통합되면서 마을이름이 사라졌지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여전히 장존리라 불린다. 동호리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이곳에 산다. 가장 많은 농토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양양공항으로 편입됐다. 해수욕장이 이름나면서 어업 종사자도 사라졌다. 물론 멸치와 명태 등 이 마을의 주요 생계수단이었던 어류의 어획량이 급감한 것도 그 이유였다.


수상레저부터 멸치, 새우, 조개잡이, 풍성한 바다체험
여름이면 마을은 해수욕장 중심으로 운영된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 캠핑장, 각종 시설 및 집기 대여, 멸치후리기 체험, 오징어잡이 체험 등으로 주민들은 눈코 뜰 새 없다. 집집마다 운영하는 민박집과 펜션도 그득그득 찬다.
동호리 앞바다에 조성된 동호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넓고 긴 것으로 유명하다. 4km에 이르는 백사장에 깔린 모래는 곱고 깨끗하다. 강릉 지역 아래쪽은 해안침식 때문에 백사장이 유실된 곳이 적지 않다. 그래서 다소 위험하기도 하고 해안 풍경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양양 지역은 아직 해안침식이 덜한 편. 동호해수욕장의 모래밭은 평평하고 완만하다.


해수욕장 개장 중에는 멸치후리기 체험을 매일 즐길 수 있다. 주민들이 직접 진행하는 이벤트로 개인은 무료로 참가할 수 있고 단체 예약 시에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부새우잡이 체험도 할 수 있는데 새우를 잡는 대로 1접시에 5천원을 내면 된다. 1만원을 내면 오징어잡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조개도 유난히 많다. 얕은 바다 속으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조를 잡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다.
바나나보트, 땅콩보트 등 수상레저는 여름철 피서객들을 위한 짜릿한 모험스포츠이다. 어른 5명까지 승선 가능한 바나나 보트가 1인당 1만5,000원이다.


이곳에는 서핑업체도 유난히 많다. 해안이 길고 수심이 깊지 않으며 물결이 완만해 서핑하기에 최적의 장소란다. 동호리에서 남쪽으로 차로 5분 거리인 죽도해수욕장은 서핑천국으로 알려졌는데 죽도에서 서핑을 즐기던 동호인들이 동호리로 심심찮게 찾아온다. 서핑 강습부터 렌탈까지 모두 서비스하니 초보자도 즉석에서 서핑을 배우고 탈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업체도 등장했다. 회원제로운영하는데 일반인은 10만원을 주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스쿠버다이빙 체험을 할 수 있다. 해수욕장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있는데 캠핑을 하면 동호리에서 직접 농사지은 감자를 구이용으로 선물한단다.


어촌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배어있는 솔밭길
동호리마을04.jpg동호리는 여름 바다로 인기가 많지만 겨울 여행지로도 으뜸이다. 길고 긴 동호리 앞바다의 백사장을 거닐다 인근의 수산항, 물치항에서 회를 즐길 수 있고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낙산사, 일현미술관 등을 여유있게 둘러보면 보고 먹고 즐기는 여행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동호리 주변에는 강원학교대수련원, 을지연수원, 양양솔비치콘도 등 대형 숙박시설이 잘 갖춰져있다. 을지연수원은 시설이 여느 유명 콘도보다도 잘 갖춰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더구나 그 안에 있는 일현미술관은 동해안에 있는 유일한 미술관으로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풍광으로 이름나 있다. 미술관 실내외에는 국내외 미술거장들의 작품들이 수백여 점 전시돼 있다.
양양솔비치콘도의 명성이야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워터파크부터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 산책로 등이 국내 최고 수준으로 조성돼 있다.


굳이 이름난 관광시설을 가지 않는다 해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숨겨진 마을길과 음식점을 찾아나서는 것도 재미있다. 음식점은 많지 않지만 이름난 맛집들이 마을 곳곳에 있다. 숨어있는 솔밭길을 찾아내 걷는 맛도 나쁘지 않다. 걷다보면 바닷가 솔밭 틈새 사이로 오밀조밀 아담하게 들어선 마을이 정겹다. 어촌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마을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 소담스런 경치와 짜고 찬 바닷바람은 도시에서 묻어온 먼지와 상념을 훌훌 털어내준다.

 

김효화 지역 및 개인의 역사 자료를 찾아내고 정리하는 기록 작가이며 어르신들이 삶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