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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배우
“연극을 일년에 몇 번이나 보세요?”이 이야기를 쓰면서 글을 읽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영화나 뮤지컬에 비해 요즘 연극무대는 많이 위축돼 있다. 영화판의 연기파 배우들 상당수는 연극무대에서 연기력을 다진 사람들이다. 가끔 이런변유정2.jpg 배우들이 방송 토크 프로그램에 나오면 연극으로 생활이 불가능하던 시절을 말하곤 한다. 어디 연극뿐이겠는가? 상업적 계산이 나오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예술이 갖는 숙명이다. 들인것에 비해 ‘나오는것’이 적다. 이 ‘나오는것’을 돈으로 측정할 때는 그렇다.
하지만 삶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예술가 스스로 치유를 하고, 관객들도 그들의 창작을 통해 위안을 받거나, 놓치고 지내던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것이 예술이 아닌가?
자신의 작업이 삶의 전부인양 몰입하는 예술가들을 보면, 무슨 생각으로 사나, 궁금해진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싶어진다. 연극배우 변유정도 그런 궁금증을 일으키는 사람이다.
변유정은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스즈키 다다시가 이끄는 SCOT(스즈키 타다시 컴퍼니)의 단원으로 도야마에 있는 토가예술촌에서 생활하며 작품연습을 하고 극단의 일정에 따라 일본과 해외에서 공연을 한다. 지난 해에는 영국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축제의 인터내셔널 파트에서‘엘렉트라’를 공연했다.

일본에서는 보통 6개월 정도 머무는데 그 외 시간에는 한국에서 지내며 연극과 관련된 일을 한다. 춘천의 극단연극사회의 단원이기도 한 그는 강원도 지역의 연극단체와 함께 작업하는 일에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올해는 지난 4월 13~21일 속초에서 열린 제30회 강원연극제에서 ‘삼도봉 미스테리’로 대상을 수상한 속초 극단 굴렁쇠의 연출을 맡았었다. 지난 연말 연출을 했던 작품인데 강원연극제에 참가하면서 다시 손을 보았고, 대상 수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오는 8월 18일, 홍성-예산에서 열리는 전국 연극제에서 강원도 대표팀으로 공연을 한다.
요즘 변유정은 굴렁쇠의 배우, 스탭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전국연극제 공연에 앞서 속초 소극장 두드림에서 매주 일요일 공연을 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인인 그가 어떻게 일본 극단의 멤버로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스즈키 타다시 선생이‘엘렉트라’를 준비하면서 2008년 한국배우를 공모했어요. 16명을 선발해 일본 토가예술촌에서 스즈키 메소드라는 독특한 훈련을 했어요.”
스즈키 메소드는 호흡, 몸의 중심, 에너지 소비 등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법으로 원초적 에너지를 대사와 연기에 실어 활용할 수 있는 연기훈련 이라고 한다.
인간의 광기와 복수심을 격렬한 신체언어로 표현한‘엘렉트라’는 2008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으로 한국무대에서도 공연했다. 고대 그리스 비극인 이 작품은 일본, 한국, 러시아 등 다국적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연극을 하며 조화를 이루는 실험극으로 변유정은 여기서 주인공 엘렉트라역을 맡았었다.
또 올해는‘리어왕’을 이 같은 다국적 언어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일본의 베세토 연극제, 한국의 국제공연예술제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의 배우가 무대를 만들고, 특정 국가에서 공연 할 때는그 나라의 언어를 중심으로 조화를 이루며 서로의 소통을 시도한다.

 

연극만 해야 제대로 하죠
실험적 작업으로 각국을 넘나드는 무대를 만들고 있는 스즈키 타다시의 제자로 개성있는 연극배우로 성장해가고 있는 변유정은 이야기를 나눌수록 천상 배우이고 연극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앞뒤 가릴 것없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과감히 도전하고, 또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몰입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20살에 태백무대(연극사회의 전신)에서 연극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연극을 하려면 노래와 춤도 배워야 할 것 같아 알아보는데 춘천에는 가르치는 곳이 없어 서울을 알아보다가 에이콤에서 뮤지컬‘명성황후’를 제작하면서 단원을 뽑는 거예요. 그래서 아르바이트 하던 곳을 그날로 그만두고 응모했어요. 그때가 95년도에요.”


변유정3.jpg그렇게 해서 뮤지컬에도 출연했지만 2년간 활동하다 연극을 하기위해 그만두었다. 하지만 막상 서울 연극무대에 서는 일은 막막했다. 대학로를 찾아갔지만 아무 연줄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내야 하는 그에게는 오로지 직접 찾아다니며 배우가 하고 싶다고 들이대는 것이 유일한 방법 이었다.
‘어디서 도움을 받을 데는 없구나 혼자 살아남아야 되는구나.’깨닫고 스탭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장두이가대본을 읽는 것을 보고 그 작품을 공연하는 극단에 무작정전화를 해서 역을 맡았다.‘ 천상시인의 노래’, 이 작품으로 서울에서 본격적인 연극을 하게 된 것이다.


미아리에 보증금 100만원에 10만원 월세의 옥탑방에서 사는 서울생활은 말할 수 없이 곤궁했고 급기야 병이 들어 아버지의 트럭에 실려 춘천으로 오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게 춘천에서 요양을 하면서 미친 듯이 달려들었던 연극을 한 발짝 물러나 볼 줄 아는 눈을 길렀다. 그리고 하려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새롭게 연극을 시작했다. 변유정은 춘천과 서울을 오가며 연극을 했고, 스즈키 타다시를 만나 한발 더 나아가 국제무대에 서는 배우로 성장했다.

 

연출을 통해 강원도 연극에도 생기를 불어넣는 열정
연기자 변유정은 그의 고향 강원도에서는 연출가로서도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춘천에서 김유정 100주년 기념행사가 다양하게 열리면서 춘천지역 연극단체들은 김유정작품을 소재로 연극작품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그에게는연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이다.
“경춘선 기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한 작가의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김유정 연극을 한다기에 어떤 역할이라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죠. 연극사회에서‘금따는 콩밭’을 공연하기 위해 희곡을 각색해보라고 했어요. 그러다가 연출까지 맡게 되었죠. 이게 인연이 되어‘총각과 맹꽁이’‘, 산골’등 김유정 작품을 연출 했어요.”
그때 공연회의를 하는데 우연히 참석했다가 너무 적은 지원금을 갖고 관계 기관들이 옥신각신 하는 것을보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났다는 변유정은 지역의 연극현실을 여전히 안타까워한다. 도내 극단들과 마음을 모아 연출을 하지만 그에 걸맞는 연출료를 받기가 어려운 것, 연극을 해서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 이것이 연극에 전력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연극의 완성도가 낮아지는 원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알기 때문이다.


일본에 있을 때는 예술촌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 오로지 생활 전체가 연극과 관련된 일만 하게 된다는 그는 그렇게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야 공감을 얻는 연극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환경들이 안타깝다고 한다.
오로지 연극만을 위한 생활에 몰입하고 있는 변유정은 앞으로 계획을 묻자‘없다’고 말한다. ‘지금 하는 것에 집중 하겠다’는 그는 연극 외에 별다른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듯하다. 하지만 혹 마음의 중심이 옮겨지면 연극을 과감히 버리고 다른 것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지금 내 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을 향해 돌진하는 것, 그것이 한 마리 들고양이 같은 야성을 가진 그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유현옥 본지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