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강대국 최정오 대표

2014.11.21 15:38

문화통신 조회 수:855

“지역이라는 경계를 넘어 시공간을 재창조하는 문화를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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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극장 몸짓 상주단체로 매월 상설공연 열어서 관객과 소통

문화, 더 좁게는 예술을 통해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대한민국이 문화가 강성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춘천에서 문화의 바람을 불어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까?


나에게 이런 생각의 꼬리를 자꾸 잇게 하는 단체가 있다. ‘문화강대국’.
문화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기획도 하며 살고 있지만 그 실체를 명확하게 보았다고 말할 수 없는 내게 이런 궁금증을 유발하는 문화강대국은 춘천에 있다. 대중음악을 하는 이, 국악을 하는 이, 마술, 타악, 연기, 기획 등 공연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한데 모인 예술단체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한 장르를 매개로 모이는데 비해 문화강대국은 빨·주·노·초·파·남·보 제 각각의 색깔이 어우러진 무지개처럼 조화를 이루는 단체이다.


삼삼오오 개별 장르 단체들이 독립적으로도 활동하고, 재조합을 이루며 기발한 창작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40여 명이 어우러지는 이 단체의 대표이자, 총괄 기획을 맡고 있는 최정오 대표(37)를 예고도 없이 축제극장 몸짓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요즘 축제극장 몸짓에서 공연을 많이 하고 있는데 어떤 걸 하고 있어요?
- 저희가 올해 축제극장 몸짓의 상주단체로 선정돼서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바람처럼 놀다가라’를 테마로 공연을 하고 있어요. 이 테마 외에도 10월 27일 시작장애인을 위한 공연 ‘뗏목 아라리’를 공연해요.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입체음향 국악창작극이에요. (인터뷰는 공연전날인 10월 26일에 했다.)


■ 시각장애인 대상이라구요? 소리가 중심이겠군요.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하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 그냥 소리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하는데 마이크를 중심으로 배우들이 원형으로 움직이게 돼요. 시각장애인도 정도가 여럿이니까 듣기도 하고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에요. 소리를 정밀하게 느끼면서 연극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왜 하냐구요? 장애인과 벽을 두지 않고 싶어서 만들었죠. 저는 시간이 많아요. 결혼도 안했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요.


시작장애인을 위한 공연이라는 게 사회적 이슈는 될 것이지만 손익계산을 따지면 답이 나오는 일인 게 뻔하므로 왜 이런 일을 하느냐, 조금 도전적으로 물었더니, 그는 히죽 웃으며 익살맞은 대답으로 응수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럼 이런 작업을 하는데 뭐가 제일 어렵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하고 또 투명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지 않아 투자하는 곳이 없는 것이 어렵다는 것과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해진다는 것. 그가 기본에 충실해진다는 것은 예술이 원래 돈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본질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답이 날카롭다.


관객의 공감 얻는 창작 공연으로 문화강대국 브랜드를 만들어요.
문화강대국의 공연은 독특하다. 치밀한 기획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한 작품에 녹아든다. 대중적 재미를 지향하면서 때때로 던지는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깊숙이 꽂힌다. 그들만의 색깔을 지니기에 고정 관객층도 늘어나고 있으며 공연 빈도도 꽤 높다.


강원대학을 다녔고 군 제대 후 서울서 극작가로 활동하다 진정성 있는 예술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춘천에 온 최대표는 문화강대국을 키워온 중심인물이다.


■ 창작공연을 많이 하는 편인데, 쉽지 않은 일이죠? 단체 구성원들이 잘 이해하나요?
- 지역에 좋은 공연이 많지만 대부분 기존 작품을 무대에 올려요. 지역에서 창작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죠. 저희는 11월 21일에도 뮤지컬을 만들어 초연합니다.
심청전을 모티브로 한‘청이’인데요. 청소년의 자살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 자살에 이르게 되는 상황, 즉 ‘모든 자살은 타살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세트비용만 3,500만원이 들었으니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역에서는 왜 뮤지컬을 못만든다고 생각하나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하는 일입니다.

단원들도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지만 매번 함께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되니 창작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여러가지 제약이 있지만 그런 한계점들을 극복해 나가야죠.


문화자원 부족한 지역현실을 넘어서는 신대륙 개척정신으로
공연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을 하고, 대본을 만들고, 연출작업, 무대공연을 위한 스탭구성 등 수많은 과정이 따른다. 이런 다양한 과정의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문화 현실은 의욕을 가진 이들에게 절망감을 주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그래서 그가 처한 현실이 어떤지 물었다. 그 역시 그 상황에 놓여있었다. 단체에 극본을 쓰는 사람도 있었지만 생활이 어려워 떠났다며 이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민을 내비쳤다.
문화강대국의 창작공연 대부분은 최 대표가 기획에서 대본 작성, 연출 전 과정을 맡고 있어서 그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사기도 한다. 작품의 다양성 문제를 보아도 그것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조언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문제에서부터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그가 만들고 싶어 하는 강원도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그는 여기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지역문화에 대한 사대주의가 많아요. 춘천이, 강원도가 문화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비틀즈도 런던 출신이 아니라 리버풀 출신이니까 지역예술가 아닌가요? 지역예술가들이 스스로 패배의식을 갖는데 이런 선입견을 버리고 시공간을 재창출하는 지역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문화란 과연 무엇이냐. 어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조금 비관적 관점의 질문을 했더니 쏟아지는 그의 목소리는 톤이 높았다. 더불어 지역의 예술가들에게도 날선 언어를 쏟아낸다.


- 관객들의 눈높이는 높아지는데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관객이 무얼 원하는지 알아야죠. 또 지나친 예술지향주의나 서울 중심의 예술을 획일적으로 받아오는 관행을 벗어나야 합니다. 강원도가 문화적으로 낙후 된 것은 현실이지만 그것은 신대륙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죠. 저는 그런 생각으로 문화강대국을 키워갑니다.


당찬 그의 목소리는 질문을 던진 사람이 가진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확신에 차 있다. 올해만 해도 7개의 상설공연과 함께 타악 퍼포먼스 팡타스틱, 시각장애인을 위한 국악창작극 ‘뗏목아라리’, 뮤지컬 ‘청이’ 등 3개의 창작품을 만들어낸 문화강대국, 그들의 열정은 어디까지 내달릴까?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사람도, 재원도 없는, 그리고 젊은 의욕을 이끌어줄 정책적 방향성도 약한 지역문화에 대해 그는 약간의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그는 시선을 앞으로, 그리고 조금 위로 향하며 달리기를 하는 선수 같다. 그 달리기가 단거리가 아니라 긴 마라톤 코스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더 캐묻지는 않았다. 지금은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생수 한 병 건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