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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 부부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최악의 선택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부부 중 어느 한사람이라도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가난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가 중에서 예술활동을 통해 경제적인 충족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에서 자조를 섞은 말이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삶을 잘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더구나 지역에서 부부가 전업으로 예술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극빈의 삶이기 십상이다.

 

박성호 신영우 이들 부부는 춘천에서 인형극을 한다. 가끔 공연을 보기도 하도 문화행사장에서 만나기도 하면서 궁금해지곤 했다. ‘잘 살고 있나?’ ‘공연을 해서 생활은 꾸려가나?’ 이들은 2013년 인형극 ‘버드나무를 타고 올라간 용궁’ 이라는 작품을 가지고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 다녀왔고 지난해에는 뉴욕 한인문화원의 공모에 선발돼 뉴욕공연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차례의 해외공연과 매년 전국을 순회 공연 등 의욕적인 활동과 공연의 탄탄함을 인정받은 이들이 요즘 어떻게 보내는지 그들의 공간인 여우소극장을 찾았다.
춘천교육대학교 맞은편 지하 90여 평의 여우소극장은 이들이 상시 공연을 하는 전용공간이다. 사무실 하나와 연습장 겸 극장을 갖추고 있다. 평소 안면이 있는 사람과의 인터뷰는 늘 어색하다. 갑자기 정색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답을 하는 사람 모두에게 낯설지만 시간이 흐르면 솔직한 이야기가 쏟아지며 주체와 객체가 없는 평범한 대화가 된다.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랬다.

 

■ 이야기는 통상적인 질문으로 시작됐다.“요즘은 무얼 하고 있어요?”
신영우: 지역을 돌며 하는 공연은 보통 봄부터 시작해요. 그런 활동이 없는 시기에 극장을 활용한 정기공연을 하죠. 지난해 12월부터 이달(4월)까지 매달 2주씩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어요. 4월부터 14일부터 5월 3일까지 양양군 전설을 소재로 한 ‘두껍아 두껍아 황금 두껍아‘를 공연하고 있어요.


■ “요즘은 주로 전설을 바탕으로 인형극을 하던데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박성호: 사실은 공연 대본의 저작권료가 비싸니까 그걸 해결해보려고 생각하다가 전래 이야기를 소재로 대본을 만들게 됐어요. 제가 쓰는데 반응이 좋아요. 다 성공한 건 아니지만 강원도 18개 시군의 소재를 모두 작품으로 만들었어요.


■ 두 사람의 극장을 운영하고 극단을 이끌어 가는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 다시 질문.
“두 사람의 역할이 각각 어떻게 달라요?”
박성호: 저는 여우 컴퍼니의 대표로 극장 경영을 책임지고 공연기획과 연출 등을 해요. 제작과 운영이 제 역할입니다.
신영우: 저는 인형극단 꿈동이의 대표로 연출과 공연 작품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는 일이죠.


■ 이쯤에서 가장 궁금한 질문을 하게 된다.“두 사람이 어떻게 결혼했어요?”
박성호: 2005년 오대산 월정사에서 있었던 극단 ART-3의 워크숍에 가게 됐어요. 평소에 알고 있었지만 그 전에도 서로 아는 사이이긴 했는데 거기 갔다가 친해져서 올 때 같은 차로 오게 됐죠. 그리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무얼 하고 싶냐고 물으니 평생 인형극을 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그거라면 내가 해줄 수 있다는 맘이 들어서….
신영우: 인형극을 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인형극단 꿈동이는 어떻게 시작했어요? 하면서 가장 어려운 때는 어떤 때에요?”
신영우: 제가 극단 굴레 멤버였어요. 이영철 선생님과 황운기, 저, 세사람을 중심으로 인형극을 시작했어요. 굴레 단원으로 연극을 하면서 인형극에 관심을 갖게 된거죠. 그러다가 황운기 씨가 일본으로 유학을 가면서 공백이 있었고 그 뒤 제가 맡아 다시 시작했어요. 인형극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한 연기에 마음이 끌렸어요. 사람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강한 매체라고 생각해요.
가장 힘든 것은 재작과정에 단원들과 갈등이 있을 때죠. 작품을 선정하고 연습을 하는 과정은 서로가 가장 예민한 때여서 그걸 극복하고 나아가야 해요, 하지만 공연이 잘 끝나고 관객과 교감이 잘됐다고 느끼면 행복하죠.


■“그럼 어떤 때가 가장 힘들어요?”이런 질문들은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빼놓기 어려운 질문이므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박성호: 운영이 가장 어렵죠. 소극장 임대료와 공과금 등등… 단원들이 쉴 틈 없이 계속 공연을 하고 저는 별도의 출판사업으로 수익을 내서 생활을 해요.
신영우: 저는 공연 외에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기본 생활을 해요. 쉬는 날이 거의 없어요. 극단 수입으로는 공연을 만들고 다른 수익으로 생활해요.


■ 두 사람이 어떻게 지내요? 같이 일하는 게 힘들지 않은가요?
신영우: 같이 일을 하는 것은 나쁠 게 없어요. 그런데 집에 가면 불만이 많죠. 집안일을 거의 안하거든요. 저는 집에서도 할 일이 많은데…. 각자 생활리듬이 달라서 집에서는 따로 자기 시간을 갖는 경우가 많아요. 또 일을 같이 하다 보니 우리끼리만의 시간이 없는 게 좀 문제죠. 전국 투어 공연도 많지만 단원들과 같이 가니까 늘 단원들과 함께 하고 정작 둘만의 시간은 없어요.


■ 꿈동이는 활동 무대가 넓다. 강원도지역의 전설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 시군 순회공연을 하는가 하면 전국의 도서지역, 장애시설 등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느라 봄부터 가을까지는 투어 공연을 한다.
힘들 법도 한데 나름 여행을 겸한 공연을 즐기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해외공연도 활발하다. 유랑극단의 모습이다.
박성호: 운전하는 게 좀 힘들어서 그렇지 보람이 있어요. 해외공연은 2006년부터 중국의 조선족 한인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을 하고있어요. 공연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 아이들이어서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또 가게 되고, 공연했던 학교에서 다른 학교를 소개해서 다른 곳으로 넓혀지고, 작년에는 북경의 국제학교에서 공연을 했어요.
신영우: 에딘버러 공연과 뉴욕공연 등 해외 공연에 반응이 좋아서 공연을 하고 나면 극단의 사정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도 했는데 막상 크게 달라진 건 없네요.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 더 노력해야죠.


■“앞으로 어떤 꿈을 갖고 있어요?”
박성호: 문화마을 만들고 싶어요. 2009년부터 전용소극장을 운영해 왔는데 공간이 좁아요. 연습공간도 없고 교육프로그램을 하기 위한 공간도 부족해요. 좀 넓히고 싶어요. 캠프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마을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신영우: 인형만 나오는 극이 아니라 배우가 인형이 되기도 하는 극, 연극과 인형극이 어우러진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극을 만들고 싶어요. ‘버드나무를 타고 올라간 용궁’도 그런 작품이죠.


■ 이들 부부는 이 같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인형극단 뿐만 아니라 2007년부터는 극단 여우를 만들어 아동,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창작극을 만들어오고 있다. 때로는 이들이 서로 어우러진 작품을 만들어 관객의 공감대를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공연과 관련된 것 말고 서로에게 아내와 남편으로 희망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아내는 ‘집안일을 좀 거들어 달라’고 했고, 남편은 ‘아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그동안 해온 일을 책으로 묶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 제안에 아직은 그럴만한 능력이 아니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아내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장벽 때문에 마음껏 날개를 펴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인 것 같은데 아내는 현실의 문제들이 조금 버거운 눈치다.
짐작컨대 10여명 단원들과 함께 사는 문제는 늘 경영을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48살 동갑내기 부부, 작은 체구지만 다부지게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은 같은 길을 가면서 때로는 서로 등을 돌리며 멈추기도 하겠지만 아내는 공연을 하고 남편은 그 공연의 스탭을 하면서 세계를 떠도는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삶도 잘 이끌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