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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맷변환_심상만01.jpg그를 안 시간이 참 오래됐다는 걸, 그가 들고 온 사진 한 장을 보며 실감했다. 그의 손에는 청년 시절 모자를 눌러쓴 팽팽한 얼굴의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이거《문화통신》이 인터뷰하면서 찍어준 거야. 어때? 이때는 야생으로 살았던 모습이 보이지?”
30년의 세월이 흐른 사진……. 청년 심상만과 46배판 몇 장의 지역문화정보지를 만들며 예술가를 찾아다니던《문화통신》, 그 뜨거운 시간이 사진 한 장에 담겨 있었다. 심상만 씨는《문화통신》과 이렇게 긴 인연을 갖고 있었다.
사진가 심상만과의 만남은 KT&G상상마당의 2층, <자끄 앙리 라띠그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 옆 라운지에서 서면을 바라보며 이어졌다.


사진이 예술로 자리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사진은 사실적 재현을 하는 영역과 자연의 내면의 신비를 찾아서 표현하는 두 개의 영역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오랫동안 이 정형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전문 사진작가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생긴 것이 근래인데 빠르게 발전해 예술로서 사진이 자리해 있죠.
나는 사진한 지 40년 되는데 지방에서 정말 공부하려고 많이 애썼어요.
야생으로 마구 도전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많이 길들여진 것 같아 두려울 때 가 많지. 아직도 사진을 찍으려면 설레요. 또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으로 조급한 마음도 들어요.


가벼운 농담을 나눌 만큼 가까운 그,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경직되어 사진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을 메모한 종이를 보며 경직된 어조와 존칭을 쓰며 진지하게 사진을 이야기했다. 정면으로 보이는 호수 풍경은 그를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했던, 자신의 표현인 ‘야생’의 시간을 불러오고 있었다

 

여기는 사진을 찍으러 많이 다니던 곳이에요. 춘천은 물이 참 많고 어디를 다녀도 생각을 하게 하는 사물이 많아요. 결국, 내 사진의 시원은 춘천이에요. 좋은 곳에 살고 있지.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는 인정받기 위해 각종 공모전에 입상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여러 군데 입상을 하고 82년에 동아국제사진살롱이라는 당시 최고의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는데도 막상 사진 전문가들이 알아주지 않는 거예요.
그러던 가운데 홍순태 씨(작고, 신구대 사진학과 교수)가 같이 전시를 하자는 거예요. 82년에 2인전을 했는데 이것을 계기로 또 다른 길을 보기 시작했어요. 공모전을 접고 사진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지. 책도 보고 외국에서 열리는 사진전도 많이 보러 다녔어요.


사진하는 분들은 대부분 카메라를 늘 몸에 붙이고 다닌다.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런데 심상만 씨는 근래 카메라를 소지하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물었다.


예전에는 스케치하러 많이 다녔지만, 지금은 나가서 보는 것보다는 깊이를 보려고 합니다. 아침이면 18층 아파트에서 창문을 열어 밖을 보며 사진을 찍는 구상을 하고, 사진에 대한 생각을 늘 해요. 마음으로 오랫동안 기획하며 사진 작업을 합니다. 사진이 예술로 가기 위해 중요한 과정이지요. 카메라가 홍수인 시대에 자기 예술, 자기 철학으로 사진을 하려면 진지함으로 사진을 대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접근이 쉬운 만큼 공부도 필요합니다.
‘작가’라는 명칭은 스스로 취득하는 것이고, 그만큼 게으르지 않게 진지함을 갖고 자기 예술로 만들어야죠.


심상만의 사진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조금 낯설어 보이기도 한다. 일찍부터 자연이나 사물을 담아내는 작업보다는 거기에 하나 더 얹어 조형하고, 사진기술을 발휘해 추상적 이미지들을 연출해왔다. 최근의 전시도 그런 맥락의 작품들이었다.


지난해 전시한 작품 <내안의 바다>는 나만의 바다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입니다. 자연인 바다에서 느낄 수 없는, 내면의 바다를 표현하기 위해 수조를 이용해 연출한 것이죠.


자신 안의 고요와 폭풍을 들여다보고 표현해내는 작가가 모든 사물에서 삶을 투영하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까? 최근 그가 주목한 것은 연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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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바다(THE SEA INSIDE OF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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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엽(蓮葉)>
   

작가가 보여주는 바다는 더 이상 물이 바다가 아니라 우주로까지 확장한 역동적인 에너지로 작가의 생각의 힘과 역동적인 스케일을 보여준다. 그는 수조 안에서 유리공에 물을 담아 회전시키는 행위만으로도 얼마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바다, 우주 빅뱅을 보는듯한 광활하고 무한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빛과 어둠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요동치는 바다는 이제까지 아무도 보지 못한 ‘심상만의 바다’인 것이다.
 - 윤세영 사진평론

 


올해(4월 6일~5월 6일) 이곳(KT&G상상마당춘천 아트센터)에서 전시한 <연엽(蓮葉)>은 연꽃 단지에 재배하는 연이 아니라 춘천 주변에 자생하는 연을 찍은 거예요. 나는 꽃은 안찍어요. 연꽃보다는 연잎에서 삶을 생각했어요. 화려함보다는 비틀어지고 마른 잎이 주는 삶의 어두움을 보았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장에 왔다가, 사진 앞에서 몇 번이나 서성이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게 그의 사진이다. 기술로서 사진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그것을 통해 삶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그의 작품은 ‘심상만’이라는 브랜드를 탄탄하게 만들어왔다.
조형성을 한껏 살린 사진에서 출발하여 물에 주목하고 나아가 자연물 그것도 쇠락해가는 연잎을 들여다보는 그의 사진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자기를 다듬고 달려온 삶의 흔적과 궤를 같이한다.
스스로 야생을 잃는 것이 두렵다는 그는 50이 넘어서야 결혼을 하고 딸하나를 두면서 따뜻한 감성과 삶의 깊이를 더욱 발견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전국을 누비며 하던 인테리어 사업에서 지금은 병원을 운영하는 정착형 직업으로 바뀌었다.


내 작업의 원천은 춘천이에요. 언제나 보는 물을 자연히 카메라의 눈으로 보게 되는 거죠. 그게 세상이 되고 나를 표현하는 도구가 되었어요. 춘천의 안개도 내 작업이 되겠죠. 자주 만나고 있으니까.


그는 요즘 사진가 심상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시기획자로서 발걸음도 무척 활발하다.


영월에 동강사진박물관을 만드는데 한몫을 했고 거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시아 최고의 사진전문박물관이라는 자부심으로 전시기획에 참여하고 있는데 강원도 사진가들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하는데 관심을 두다 보니 사진 워크숍도 기획하고 지역 사진작가들이 발표할 기회를 자꾸 만드는 거죠.


이런 작업의 하나로 그는 지난 7월 18~30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사진공감전 - 춘천에 펼치다>를 기획했다. 춘천시문화재단이 주최한 전시로 우리나라에서 사진가로 널리 알려진 구본창, 김녕만, 이갑철, 이주용 등과 춘천 출신 박병상, 김병훈, 춘천에서 활동하는 심장섭, 심창섭, 원정상, 이진수, 이창환 등이 함께 참여한 전시였다.
이 뿐 아니라 춘천에서 체코 사진작가 <얀 샤우덱 춘천전(2012)>, <육근병 초대전(2013)>, <내셔널지오그래픽사진전(2014)> 등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사진가의 작품을 지역민들에게 보여주는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이 접근은 쉽지만, 예술적 접근을 잘하지 않고 금방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요. 사진의 깊이를 지금 아는 듯해요. 회화하듯 사진을 하게 된 것이죠.
예술이라고 말하려면 더욱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게 내 길입니다.


사진과 삶의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젊은 시절, 북남미를 여행하며 죽음의 순간을 건넌 이야기, 그리고 생업으로 인테리어를 하면서 치열하게 매달렸던 시간,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며 오래 나눈 그의 삶은 자신의 말처럼 어디론가 내달리며 치열하게 살았던 흔적이었다. 그 치열함이 지금 사진가 심상만의 걸음걸음에 녹아 있음을 다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포맷변환_심상만04.jpg개인전 2017년 <연엽(蓮葉)>, KT&G상상마당춘천(춘천) / 2016년<내 안의 바다>, 동강사진박물관(영월), 춘천미술관(춘천) / 2014년 <구라시요미술관>, 니폰갤러리(일본) / 2011년 <빛이 있으라98>, Be gallery(북경) / 2007년 <내안의 바다>, 인사아트센터(서울) /  2005년 <결-바람에 얹혀서>, 인사아트센터(서울) 그룹전 2014년 <만춘-강원작가초대전>, KT&G상상마당춘천(춘천) / <DMZ IN PARIS: 침묵의 시선전>, 프랑귀리앙 갤러리(파리) / 2012년 <충무로사진축제> 본 전시(서울) / 2008년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문화역서울284(서울) / 2002년 <현대사진의 조망> / 1998~2013년 사진나루(15회) / 1996~2013년 태마전(15회) / 1986년 <홍순태 심상만 2인전>, 춘천가톨릭센터(춘천)

 

 

 

글_ 유현옥,  사진_박동일 영상프로덕션 이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