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암.jpg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 (太白 鐵岩驛頭 選炭施設)
강원 태백시 철암동 365-1번지
등록문화재 제21호
 
아날로그 걸음으로 다가가는 쇠바위 마을, 철암

시간과 기억이 멈춘 도시, 태백 철암동을 찾아가는 길은 막연한 기대감과 낯섦이 공존하는 과거로의 여행이었다. 원주에서 출발하여 강원남부 폐광벨트라고 불리는 국도 38호선을 타고 영월, 정선, 태백까지 2시간 30분을 달려 철암역에 도착했다. 목적지인 근대산업유산 철암역 선탄장은 철암의 현재를 보여주듯 복잡하게 얽힌 철로 건너편에 거대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 현재까지도 가동 중인 유일한 선탄시설로 안전을 위해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선탄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철암역에 사전 허락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살아있는 석탄박물관이라 불리는 태백 철암역두 선탄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역사와 철암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국내 최대의 탄전지대인 태백, 그중에서 철암동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대 석탄산업사의 상징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된 석탄산업은 석유와 함께 20세기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국내 광산을 일제 조사한 후 광업권을 일본회사에 넘겼으며 1930년 이후 자원 수탈을 본격화하며 한반도를 병참기지화 하기 시작했다. 1920년대 평양 인근의 무연탄과 함북의 갈탄이 개발되었고, 1930년대에 화순, 영월, 삼척, 은성탄광 등이 개발되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저탄장인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이 있는 삼척탄광은 일제 강점기였던 1935년 조선총독부가 개발한 남한 최대의 무연탄광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되고 있는 탄광은 모두 5곳으로 강원지역 4곳과 전남 화순탄광만이 가동되고 있다.*

* 문화재청 자료참고
 

철암2.jpg

 

시대와 지역을 상징하는 공간, 철암역두 선탄장
철암역두 선탄장은 1935년 철암역 뒤 우금산 일대에 조선총독부에 의해 건설되었다. 선탄장은 막장에서 채굴된 원탄을 선별, 가공, 처리하여 기차로 운반하기까지의 과정이 이루어지는 시설로 현재는 증기기관차가 아닌 디젤기관차로 석탄을 운반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1960~1970년대 국가에너지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철암역 선탄시설을 근대산업유산으로 인정해 지난 2002년 등록문화재 제21호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국내 최초, 최대의 무연탄 선탄시설
철암역두 선탄장의 주요시설은 ①원탄저장 및 운반(벨트 콘베어), ②경석 선별 및 파쇄운반, ③1.2.3차 무연탄 선탄, ④이물질 분리(침전), ⑤각종 기계공급 및 수선창 등 5코스에 걸쳐 이루어지며 20개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선탄장은 콘크리트 구조와 강재를 사용한 지붕틀(truss)을 사용하는 등 근대 재료와 공법으로 만든 석탄산업의 대표적인 건축사례로 국내 최초의 무연탄 선탄시설이다. 일제강점기 석탄산업시설의 원형을 온전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석탄산업발전사를 증거하는 산업건축 유적지로 시대와 지역을 상징하는 곳이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바람의 전설’ 등 액션장면을 촬영한 곳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철암2.jpg

 

철암4.jpg페광 1번지 철암동

‘검은 노다지’ 라고 불리던 무연탄이 산처럼 쌓여 있는 철암동은 태백지역의 무연탄을 전국 각지로 보내던 국내 최대의 무연탄 발송역, 철암역이 있는 곳이다.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1940년 철도가 개통되었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이 마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시절 철암은 동네 강아지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거짓말 같은 사실이 전해오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탄광도시였다. 태백지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고 부촌이었다는 곳도 철암이었다고 한다.

 

1960~1970년대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오던 철암동은 주거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주민들은 철암천 하천변에 지지대를 세우고 일명 까치발건물이라는 주거용 주택과 상가를 지어서 부족한 공간을 해결했다. 까치발건물은 그 시절 석탄산업의 호황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철암만의 특별한 도시건축이다.


1980년대 철암동은 3만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국내 탄광촌을 대표하는 도시였다.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정책 시행과 1993년 국내 최대 민영탄광이었던 강원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인구 3천여 명만 남는 폐광촌으로 전락하며 시간이 멈춘 침묵의 도시로 변하기 시작했다.

 

철암6.jpg

 

 소외된 공간의 부활과 근대건축유산의 보존
석탄산업 사양화의 찬바람이 몰아친 1980년대 후반부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떠나고 외지인의 발길까지 뚝 끊겼던 철암동은 2013년 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과 중부내륙 관광열차인 O트레인이 운행되면서 방문객이 늘고 있다. 또한 철암만의 독특한 풍경을 간직한 까치발 건물을 중심으로 과거의 기억과 문화를 되살린 탄광역사촌을 조성하여 제2의 변화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철암에는 탄광역사촌과 함께 2016년 최고의 한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한보탄광이 있다.
태백시에서는 폐광지역 재생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세트장을 복원하고 문화관광상품 개발을 추진하고있다.


공식적으로 지정, 기록되고 있는 것만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은 아니다. 그 시절 국가와 지역 경제의 초석이 되어 준 이름 모를 광부의 역사가 쌓이고, 가족을 위해 살다 간 아버지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철암의 숨터, 그 모든 것이 역사이고 유산이 아닐까?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유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현명한 고민과 실천이 소통하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느린 걸음으로 그곳에 가야겠다.


김시동 사회적사진가. 지역아카이브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