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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통신 조회 수 78 추천 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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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올리지 않았다. 휜 나무 그대로 보를 두르고 기둥을 세우고 흙을 발랐다. 여느 백성의 집과 같은 모양이지만 그 안은 아픔을 치유하고 믿음을 고양하는 성지이다. 이 작은 성당, 대안리공소가 백 년의 시간을 넘어가고 있다.
글·사진 _ 김시동 사회적 사진가, 지역아카이브 기획자


마을과 사람을 이어주는 한옥 성당
흰 구름이 파란 하늘을 받치고, 땅에서는 기운이 넘쳐 오르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오랜만에 티 없이 맑은 날이다. 큰 기대 없이 무엇인가 특별함을 바라지 않아도 될 것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시골 마을에 찾아든다. 승안동 마을 언덕에는 100년의 역사를 품은 올해 나이 107세,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의 흐름을 견뎌 왔을지 모를 한옥으로 지은 아담한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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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부터 현재까지 한 세기의 역사를 잇고 넘어서는 한옥 성당이 느티나무와 벗하며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반갑게 마주한다. 흔히 성당하면 고딕 양식의 서구식 건축을 상상하게 되는데 흥업성당 대안리공소는 한옥 구조로 건축됐다. 생각지도 않은 특별한 발견이다.


이 성당은 원주시 흥업면(興業面) 승안동길에 위치한 재단법인 천주교 원주교구유지재단 소유의 종교 건축이다. 원주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1900년대 한옥 공소로 지역 교회사적 건축으로 인정받아 2004년 12월 31일 등록문화재 제140호로 지정되었다.

 

“정오에 한강 지류(支流)를 건너 맞은 편 여인숙에서 점심을 들었다. 거기에 대안리 교우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아침에 40리 길을 왔고, 오후에 갈 길은 가까운 30리이다. 10리쯤 남겨 두고 아름다운 무지개와 함께 비가 내렸다. 조제 신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11월 12일, 성당에는 드브레 신부가 만든 신부 방이 딸려 있다. 축성해 달라고 했다. 그것은 진짜 성당이기에 성당 축성 예절로 축성했다. 성당은 성모님께 봉헌되었다. 미사를 드리고 35명에게 견진을 주었다. 성당 축성을 하기 위해 큰 잔칫상이 차려졌다.”
(뮈텔 주교의 1910년 일기 중에서)

 

100여 년 전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의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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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리공소는 뮈텔(1854~1933) 주교가 건립한 목조 한옥 성당으로 뮈텔 주교의 사목 일기에는 1910년 11월 12일 공소를 축성, 봉헌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안리공소의 초창기 역사를 알려주는 유일한 기록이다. 1910년을 기준으로 백년이 되던 2010년에는 공소 축성 100주년 기념식을 열기도 하였다.


강원도는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를 피해 들어온 많은 교인에 의해 신앙공동체가 조성되어 교리를 전파하며 공소가 건축되었을 것이다. 이곳 대안리(승안동 마을)도 박해를 피해 근처 덕가산에 숨어 살다가 신앙의 자유가 주어지자 지금의 공소가 있는 마을로 내려와 교우촌을 형성하였다. 특이한 것은 원주 지역에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공소로는 대안리공소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근대 건축물이라는 사실이다.
신자들에게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대안리공소는 1892년 르 메르 신부 재직 시에 건립하였다고 하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지금의 공소는 1900년에서 1906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안리공소는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민군 막사로, 전쟁 뒤에는 미군 구호물자 배급처로 사용되며 우리나라 격동의 역사와 함께해 온 살아 있는 건축이다.

 

6칸 옛 모습을 찾은 대안리공소
강원의건축5.jpg대안리공소는 1950년대에 지붕을 기와로 개조하였다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여 다시 초가로 삼았고, 1970년대에 슬레이트로 바꾸었다.『원동 100년사』에는 1910년경에 신부 방을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고, 관리자 증언에 따르면 1950년대에 2칸을 증축하였고, 그중에 마지막 칸을 1970년대에 손보았다고 한다. 1986년 3월에는 벽 보수 공사와 창호를 알루미늄 창호로 개조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고증을 통해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이 이루어져 지금의 공소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내부 공간은 회중석과 제단으로 구성된 강당, 제의실, 주 출입구의 전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의실 출입문 앞쪽에 고해를 위한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성당을 받치는 대들보와 서까래, 나무 기둥에서 풍기는 자연스러움은 다른 곳에 볼 수 없는 한국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
100년 전 척박한 삶을 신앙으로 이겨내고 공동체의 동력으로 삼아 온 공간의 가치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고 미래로 통하고 있다.
건축물은 공동체의 삶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관계의 이어짐을 유지하는 사회적 장소이자 배경이다. 100년이라는 시간의 흔적은 마을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을까? 공동체의 역사에 공간은 어떤 기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원주 천주교 대안리공소
● 등록문화제 제140호(2004년 12월 31일)
● 1901~ 0906년 무렵 건립, 한옥 양식
● 강원 원주시 흥업면 대안 1리 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