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花煎- 자연과 놀아나다
2013.06.08 17:06
먹기위해사는가?, 살기위해먹는가?
누대의 호사가들이 한번쯤은 고민했던 대목이다. 하지만, 그것이 배후에 어떠한 철학적명제를두고있다고하더라도‘맛’을앞에두고서는다쓸데없는일이된다. 도대체 맛을 앞에 두고 누가 산다는 것의 명제를 떠올리겠는가. 몸이 먼저 맛을 예감할 때 맛은 이미 전생애를 걸어야 할 일대의 목적이 된다.
어쩐 일인지 요사이는 봄을 느낄 새도 없이 여름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그렇지만, 산으로 들어가면 봄이 여름으로 가는 풍광을 고스란히 알게 된다. 산은 어김없이 시간의 진행표대로 식순에 의해 식단표대로 푸짐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겨울이 아니라는 선언인 듯 봄은 진달래와 개나리로 오방난장, 선연해진다. 이곳저곳 터져 오르는 꽃으로 산은 온통 몸살, 젖살을 앓게된다.
산에 들에 꽃들이 요동을 치면, 덩달아 우리도 흐뭇해진다. 조상들도 이 시기를 약동하는 봄기운을 밟는다 하여 답청절(踏靑節)이라 했다. 이때가 되면 집안에만 묶여 살던 여인들도 풍광 좋은 곳을 골라 화전을 만들어 먹으며 고된 생활을 잠시나마 잊었다고 한다. 꽃달임이라고도 하는 화전놀이는 진달래 꽃잎을 따서 찹쌀 가루와 같이 부쳐 먹는 것인데 우리네 만의 낭만이랄 것이다.
화전하면 황진이 무덤에 술을 올렸다가 파직당한 백호 임제를 아니 언급할 수가 없다. 조선조 희대의 로맨티스트라 할 임제는“작은 시냇가 돌로 받친 솥뚜껑에서 흰 가루 맑은 기름 진달래꽃을 지져내네. 젓가락으로 이끌어 입에 넣자 향기 가득하고 한 해의 봄빛을 뱃 속에 전하누나.”라고 화전 놀이를 찬 하였다.
꽃을먹는것은직접적이다. 근사하다. 꽃은자연의최대임계치이다. 긴 겨울을 지낸 봄의 신호를 제 몸에 넣는 일은 더불어 그렇게 생동하기를 바라는 염원인지 모를 일이다. 달콤 쌉싸름 한 진달래와 찹쌀의 쫀득함,
그 풍미를 더해주는 들기름의 고소함으로 봄은 더 황홀해지는 것이다. 문득, 어릴적 엄마를 따라 먹던 화전 맛과 오래도록 그 꽃과 봄을 먹어왔을 소가 부러워진다.
최삼경 본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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