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鰍魚湯)

2013.10.18 21:20

문화통신 조회 수:1660

 추어탕.jpg 미꾸라지(鰍,추)는 한자에 물고기와 가을이 합성되어 있듯이 가을 하면 바로 ‘추어탕’이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요즘 애막골 새벽시장에 가면 커다란 빨간 대야에 꿈틀대는 미꾸라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제 제철이 된 추어탕을 끓이려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함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징그러워서 미꾸라지를 들여다 볼 수조차 없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먹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해 주인의 얼굴이 커다랗게 새겨진 원조 추어탕 집에 가게 되었다. 얇은 소면을 꼬아 놓고 뚝배기에 담겨 있던, 형체조차 볼 수 없었던  추어탕을 먹게 된 것이다. 그때도 아마 이쯤이었을 것이다. 며칠 땀을 흘리며 집에 돌아오면 눕기에 바빠 기운이 없다고 하자 남편이 데려간 것이었다. 
처음엔 맛을 음미하지 않고 소면만 건져 먹다가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마치 된장국을 걸쭉하게 끓여 놓은 듯) 밥까지 말아 먹고는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 또 와 볼까!’ 생각을 했었더랬다.
이번 추석엔 어머니께서 미꾸라지를 직접 갈아 끓여 놓은 추어탕을 배불리 먹었다. 손주가 추어탕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진작부터 준비하신 것이다. 여느 추어탕집에서 만든 것과는 달리 시래기와 부추를 넣어 좀 다른 맛을 냈다. 거기에 다진 마늘과 청량고추를 송송 썰어 넣으면 비린 맛이 덜하다. 산초가루를 넣어도 좋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꾸라지 원액을 가지고 와서 된장과 밀가루에 버무린 부추를 넣고 수제비를 떠서 끓여 먹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이미 몸보신은 충분히 된 듯 하다.
동의보감에도 추어(鰍魚)라 하여 나와 있듯이 그 약효는 보중(補中), 지설(止泄)하다고 하여 겨울로 넘어가는 가을철에는 몸보신에 딱인 듯 하다.
이젠 가을뿐만이 아닌 사시사철 식당에서 먹을 수는 있지만 원조 간판의 식당에서 먹는 맛깔 나는 추어탕보다는 투박하고 밋밋하지만 정성과 사랑이 들어간 어머님의 추어탕이 더 생각날 것 같다.
 예전엔 보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나에게 감히 미꾸라지를 해감하며 끓이고 갈아서 추어탕을 손수 끓여 먹을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아직은 손으로 잡는 것조차 엄두를 못 내지만 말이다.

심소려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