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활음식, 순댓국

2014.02.28 10:26

문화통신 조회 수: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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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 맛있게 하는 집 없어요?”
영화 ‘변호인’을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근처에 순댓국 맛있게 하는 데가 있는지를 일행에게 물었으나 마땅한 곳이 없다고 해서 아쉽게 돌아섰던 기억, 아마 그 때문이었을 거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국밥집 반짝 특수’라는 신문 기사가 나왔고, 큰 극장 근처 골목에 추천할 만한 국밥집 리스트들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밥 사진들을 보면서 ‘언젠가 먹고 말테다.’ 아이처럼 다짐하곤 했으니.

 

“우리 순댓국 먹으러 가요.”
보통은 콩나물 해장국처럼 깔끔한 국물을 즐기지만, 이번엔 마음먹고 제대로인 순댓국을 찾아 멀리 신북읍까지 달려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샘밭장터에 펼쳐진 생활용품이며 먹거리들이 정겨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상인들의 분주함에 골목이 온통 들썩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순댓국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여기 순댓국 주세요!”사진 2.JPG
작은 초등학교 앞 허름해 보이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차림표엔 순대국밥, 특순대국밥, 따로국밥, 특따로국밥, 술국 등등 내 기준으론 크게 다르지 않은 메뉴들이 쭉 적혀있었다. 기본은 역시 순대국밥.
잠시 후, 뚝배기 가득 순대와 머리고기가 푸짐하게 채워지고 입이 데일 듯 뜨거운 국물이 부어진 순댓국이 한상 차려졌다. 깍두기와 다진 양념, 새우젓이 전부인데도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상차림.
뜨거운 국물을 먹을 때, 식도를 타고 위까지 내려가는 것처럼 ‘짜르르’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 국물 역시 그랬다. 순댓국의 온기가 온몸 구석구석으로 전해지며 마음까지 착해지는 기분은 기대이상이었다.

 

“오늘은 부지런히 '브런치' 먹으러 왔습니다.”
몇 장의 순댓국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더니 페친들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이런 것도 먹을 줄 아냐며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다는 현실포장형부터 전날의 과음을 한방에 날려주는 국물이라며 적극 추천하는 단골손님형, 상차림의 비주얼로 보이는 넘치는 인심과 정을 칭찬하는 먹방애호형, 순대국밥 먹는 여자는 밉다며 부러워하는 시기질투형까지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거기에다 어느 시장 어느 골목으로 가면 더 맛있는 순댓국이 있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어디서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생활음식 순댓국을 바라보는 일상의 시선에는 너도나도 보탤 말들이 많은 것이었다. 또 그만큼 따뜻하기도 했으니 고급 레스토랑의 두툼한 스테이크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우리들의 음식인지도 모르겠다.
 
“하께요, 변호인. 하겠습니더.”
돼지 뼈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순대며 머리고기에 내장까지 함께 썰어내는 순댓국은 그런 맛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의 대사처럼 살면서 한 번쯤은 억울한 일을 당하는 누군가의 변호인이 되고 싶게 만드는 울컥함,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우리들의 속내 같아 더욱 진하게 넘어가는 맛.
또, 속상한 마음을 털어냈던 전날의 술자리를 마무리하는 해장처럼 내 속을 달래주는 그런 맛이다.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어가며 한 숟가락을 떠서 목구멍으로 넘길 때 ‘그래도 아직은 살아있구나…’하며 오늘을 감사하게 되는 그런 맛.

 

이민아 네이버 카페 <좋은 엄마모임>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