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래한 봄맛, 돌나물

2013.03.25 13:19

문화통신 조회 수:2150

쌉싸래한 봄맛, 돌나물

 

유리알처럼 맑은 봄 햇살이 언 땅을 녹이기 시작할 즈음이면 새치름하게 고개를 내민 냉이며 쑥, 민들레를 캐러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들판을 쏘다니던 게 엊그제 같다. 아이 손으로 앙증맞은 아기 손같은 봄나물을 뜯어 바구니에 한 가득 담아 올 때는 어쩐지 뿌듯하고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나물 종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잡초와 나물이 뒤섞이는 일은 매양 있는 일이었다. 엄마는 일일이 잡초를 헤쳐 버리고 먹을 수 있는 나물을 골라 반찬을 해주셨다.

 

돌나물은 그래도 좀 나았다. 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납작하게 자라기 때문에 금새 눈에 띠었다. 잘못 뜯을 일도 없어 과일 칼로 살살 따내면 됐다. 집 안팎에서도 늘 눈에 띠었다. 매년 봄만 되면 장독대나 담장 아래, 야트막한 축대 옆으로 새파랗게 돋아났다. 조금 뜯어내도 다시 푸르게 뒤덮여 여름까지 강한 생명력을 뽐냈다. 물론 먹을 수 있는 것은 새순이라 5월까지 나는 새순만 뜯어 초고추장에 무쳐 먹기도 하고 물김치도 담갔다.

 

a4.jpg 돌나물을 뜯은 날이면 으레 초고추장에 무친 돌나물이 올라왔다. 남은 것들은 나박나박 썰은 무, 배와 함께 고춧가루 물을 풀어 물김치를 담갔다. 시원하고 쌉싸래하며 아삭거리는 느낌이 좋아 입맛 까다로웠던 나도 돌나물을 꽤나 집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담근 물김치는 언제나 시원하고 개운해 사발째 후르륵거리며 들이마시길 좋아했다.

 

남편이 찬 음식이나 물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우리 집 밥상엔 돌나물이 잘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엄마가 예의 그 손맛으로 돌나물 물김치를 담아 보내주시면 으레 그것은 내 차지다. 나 혼자 물김치 그릇을 앞에 두고 벌컥벌컥 들이킨다. 어쩌다 숙취에 시달릴 때 이거 몇 사발 마시면 속이 편안해진다. 비타민 C가 피로와 술에 쩐 간을 샤워시키는 느낌이다.

 

 

돌나물의 효능을 찾아보았더니 정말로 간에 효과가 있다. 수분이 많아 간경화에 좋고 음주로 지친 몸을 치료해주는 효능이 있단다. 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기분전환까지 시켜주고 염증 치료에 효과적이고 덤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낮춰준단다. 육류와 함께 먹으면 궁합도 잘 맞는다니 고기 구워 먹을 때 초무침을 곁들이면 금상첨화겠다.

 

a3.jpg 요즘은 먹을 것이 흔한데다 공해 때문에 담벼락이나 밭둑 옆으로 자란 돌나물을 잘 뜯어먹진 않는다. 그래도 번식력이 좋아 지천으로 늘어진 돌나물을 만나면 한편으로 반갑고 한편으론 아깝단 생각이 든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옆에 널린 먹거리도 거들떠보지 못하게 돼 버렸다. 밭둑의 돌나물을 아무 걱정 없이 뜯어다 먹을 수 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옛날 봄빛 아래서 집 안팎으로 널린 돌나물을 베던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순 없어도 오늘 저녁엔 돌나물 한 팩 사다 초무침을 해먹어야겠다. 쌉싸래한 봄 기운으로 재충전하기에 이보다 싸고 알찬 음식은 없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