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맛, 추어탕

2011.10.27 19:31

문화통신 조회 수:4111

공연장이 딸린 지방의 공공문화시설은 몇몇 기술직원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순환근무로 이루어진다. 내가 일을 했던 춘천문화예술회관도 그랬다. 시청 사업소로 운영되다가 시설관리공단을 거쳐서 지금은 문화재단 소속이 되었다.
 문예회관으로 발령을 받으면 공연을 공짜로 본다는 것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시간에 퇴근을 못하고 주말에 행사가 있다는 것이 영 못마땅한 것이다. 몸에 붙기 전까지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밥'이 항상 문제가 된다. 한 두끼 정도야 대충 때운다고 하지만 행사가 몰릴 때는 나갈 수도 없어 배달을 해서 먹어야 하니 만만한 중국집만 이집 저집 돌려가며 시켜 먹는다. 백반(白飯)도 도시락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같은 식당의 밥을 계속 먹으면 질린다.


문예회관을 퇴직하고 새롭게 축제극장 몸짓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문예회관과 근접한 곳이기 때문에 내 고민은 여전하다. 중국집은 물론이고 주변의 막국수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애용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 20년처럼.           

어머니의 손맛이 더 그리운 계절, 가을이 왔다. 식은 밥이라도 좋고, 한 두 가지 반찬이라도 어머니가 내준 밥상은 다 맛있다. 만일에 다른 사람이 밥을 꾹꾹 눌러 담아 내온다면 성의가 없다, 내가 뭐 돼지인줄 아느냐 등 투덜거리겠지만 어머니는 다 통한다.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결혼해 살면서 해주는 음식이 입에 딱 맞을 수는 없다. 당연하다. 젖먹이부터 길들여진 맛을 어찌 바꿀 수 있겠는가. 가끔씩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이 생각나는 것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일 게다. 

요즘에는 제철과 무관하게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입이 당기는 대로 먹을 수 있다. 가능하면 철따라 나는 음식을 취하는 것이 건강에도, 맛도 더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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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그야말로 풍성한 계절이다. 가을의 먹을거리, 별미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추어탕(鰍魚湯)이 단연 으뜸이 아닐까 한다. 한자를 풀어서 가을(秋) 물고기(魚)라고 해석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체인점이 생길정도로 추어탕집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윤을 더 남길 요량으로 미꾸라지를 중국에서 들여와 국산으로 속여 팔았다는 남원의 유통업체 뉴스로 인해 '남원 추어탕' 이미지가 흐려진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추어탕 재료로 사용되는 미꾸라지를 식당에서는 거의 양식된 미꾸라지를 쓸 것이고 국산인지 중국산을 쓰는지는 우리는 알 수가 없다. 그 집에 맡겨야지.   
개울이나 연못의 물을 퍼내거나 가을걷이가 끝난 무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서 직접 끓여 먹으면 얼마나 재미있고 맛이 있을까마는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해 볼일이다.
우리음식이 다 그렇지만 추어탕도 양이 적으면 맛이 나지 않는다. 추어탕은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치 않는 서민의 음식이다. 몇집이 어울려서 '별식'으로 한나절 같이 즐겨야 맛이 나는 음식이다.
큰 다라이에 미꾸라지를 넣고 소금을 뿌려 해감을 토하게 하고, 한쪽에서는 배추, 토란 등 야채를 다듬고… 그것이 재미이고 맛이다.  


박동일 축제극장 몸짓 극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