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와 장아찌

2018.08.10 15:46

문화통신 조회 수:48

 

장독대1.jpg

 

 

오래된 풍경

부엌. 주방. 이 두 개의 단어가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주방은 개방된 공간이며 실내 구조와 연결이 원활한 공간이지만, 부엌은 이보다 단절 되었고 은밀하다. 주방이 실내의 개념이라면 부엌은 음식을 매개로 실내와 이어지지만 더 넓은 외부를 품고 있다. 뒤뜰의 장독대와 식품을 보관해두는 저장고 또는 지하실 등과 연결되어 필요한 식재료와 도구들을 공급받는다.

부엌

은 침식을 하는 방과는 분리되어 있지만 집안의 여러 공간을 아우르며 가족의 먹을거리를 생산해내는 곳이었다.

현대화된 주거생활은 부엌을 실내로 끌어들이면서 장독대를 밀어냈고, 식품 저장실은 냉장고가 대신하게 되었다. 부엌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 부엌이 예전에는 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개인화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다 친지들이 와서 주방에서 함께 일 하다보면 그 특성이 확연히 느껴진다.

조리와 난방이 함께 이루어지며 어머니의 다양한 손맛이 창조되던 부엌, 부엌이라는 단어가 아스라해진다. 부뚜막, 살강, 찬장, 물독…….

 

장에 박아 만드는 장아찌

입맛을 잃을 정도의 한여름 더위가 찾아오면 기억나는 밥

상. 밥을 물에 말아 무장아찌나 마늘쫑장아찌 하나 얹어 먹는 모습을 어릴 적에는 종종 보아왔다. 잃었던 식욕을 털어내고 그런대로 밥을 먹게 되는 반찬이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더해진 장아찌가 미각을 자극하는 순간이다.

흰밥과 장아찌, 참 잘 어우러지는 조합이다. 장아찌하면 어릴 적에는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은 무, 깻잎, 마늘종, 마늘, 

장독대2.jpg

고추 이런 게 익숙했다. 요즘은 간장과 식초를 끓여 넣고 담그는, 서구식 피클 형태의 장아찌를 많이 먹는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집에서 담그지 않는데다 장항아리에 대량으로 보관하지 않기 때문인지 집에서 장에 박은 장아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장아찌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염분이 많아서 건강식품이 아니다. 하지만 장에 박았다가 장을 잘 걷어내고 설탕과 참기름을 넣고 무쳐낸 장아찌는 요즘 같은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반찬이다.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는데다 이 장아찌만 있

으면 금방 밥상을 차릴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밑반찬으로 사랑받는다.

제철 채소는 대부분 장아찌로 만들 수 있다. 채소들이 장에 들어가면 어떻게 새로운 맛을 발휘하는지 참 신기하다. 생활 환경에 따라 밑 재료가 달라진다.

요즘은 매실, 명이, 당귀, 취, 더덕 등 귀한 산나물과 약재 등의 장아찌류가 인기가 높다.

장독대3.jpg

 

그 장아찌들이 놓이던 장소는 장독대다. 장독대에 간장 된장독이 자리하고 그 앞줄 작은 항아리에 꼭꼭 채워져 있던 장아찌들, 이제 그 장아찌들은 장독을 떠나 냉장고로 자리를 옮겨 앉았고, 고추장이나 된장 보다는 간장이나 소금을 이용한 장아찌가 더 많아졌다.

매사가 심드렁해지는 한여름, 장독대에서 보물찾기 하듯, 고추장 항아리에서 마늘쫑 장아찌를 꺼내던 기억이 피어오른다.

 

 

 

글 _ 유현옥 '춘천 근대거리를 거닐다'를 비롯 지역문화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현재 한국여성수련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