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 김규현의 파미르고원 종횡기

《파미르고원의 역사와 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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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여 년 동안 서역제국과 중앙아시아를 드나들며, ‘세계의 지붕’이라는 별칭을 가진 파미르고원을 기웃대었던 이유는 이외로 단순하였다. 그곳을 오롯이 주파하지 않고서는 실크로드의 전문가라고 하기에 부끄러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그곳에서 야생파를 찾아서 직접 한 입 먹어보고 싶었던 욕심도 작용하였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파미르고원’이라 부르는 곳을 옛적에는 ‘(먹는)파의 고개’란 뜻의 총령(蔥嶺)이라 불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던 내 아집이었다.

 

사실은 파미르는 과거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거대한 은산철벽 같은 화두이다. 비단 길, 실크로드가 먼 옛날부터 동서양의 문화와 문명 그리고 종교가 소통하던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며 장대한 ‘대하로드 다큐멘터리’라면 그 백미이며 클라이맥스는 단연 파미르이다. 그것은 이 고원을 넘지 못한다면 동서양을 잇는, ‘대 실크로드’ 그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실크로드학’이 뿌리를 내린 현 시점에서도, 막상 파미르에 대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그 동안 수많은 이들의 노력에 의해서 실크로드 다른 루트들이 이설이 없을 정도로 밝혀진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 이유를 꼽는다면, 우선 파미르에 관한 역사적 자료들이 너무 단편적이고 또한 빈곤한 탓도 있었지만, 그 보다도 파미르고원의 범위가 현재도 중국,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 걸친 광범위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또한 위의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근대에 들어와서는 국경선이 수시로 닫혔다열렸다를 되풀이 하였기에 그 동안 관심 있는 이들의 출입이 거의 불가능하였던 이유도 있었다.

 

모든 고전여행기가 후인을 위한 가이드북의 성격을 띤 것이란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여행의 주제를 강조한 ‘테마여행’은 이미 현대를 넘어 미래지향적인 붐을 이룬 지 오래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고전여행기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텍스트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문제는 어떻게 고전을 업그레이드하느냐 하는 것이다. 바로 그 결실이 한 권의 책으로 환생되어 나왔다. 강호제현의 질정을 바란다.

 

 

다정(茶汀) 김규현

강원도 홍천강변 ‘수리재’에 한국티베트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우리문화와 티베트문화의 연결고리에 관련된 저술에 몰두하여티베트의 신비와 명상》(2000),티베트 역사산책》, 티베트 문화산책》,혜초따라 5만리》,바람의 땅, 티베트》등을 출간하였다. 또한 근년에는 <실크로드고전여행기> 총서5권(대당서역기》,왕오천축국전》,불국기》,대당서역구법고승전》,송운행기》)를 역주하였고 이제 제6권 파미르고원의 역사와 문화산책》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