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속 앨범을 꺼내며

2013.04.07 13:45

문화통신 조회 수:1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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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큰 시숙께서 고희를 맞으며 내게 숙제를 하나 던졌다. 차곡차곡 모아놓았던 앨범을 토대로 삶의 궤적을  정리하고 싶다며 사진을 한가득 싸들고 춘천에 오셨다.
종이에 사진을 붙여서 페이지를 매기고 사진설명을 써 오시는 등 꽤 꼼꼼하게 정리하셨지만 그것을 인쇄물로 만들기까지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겠다 싶었다. 그래서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말씀대로 생전 처음 내게 부탁하신 일이니 어쩌겠는가.

 

부담이 갔지만 그 사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렵게만 느껴지던 시숙의 삶이 한눈에 들어왔다. 골라놓은 사진을 보니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삶의 가치관이 무엇인지도 어렴풋이 보이는 듯 했다.

 

  식민지에서 해방, 전쟁, 쿠데타…역사의 격동기와 맞물리며 개인의 삶이 변화되어가는 모습에서 개인의 역사를 넘어서 우리시대의 생활사가 오롯이 살아났다.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타지에서 공부하다가 교사가 되었고, 다시 그 학교에 부임해 학교 건물을 직접 수리했던 흔적, 모교에서 동생들을 제자로 가르치며 생겨났을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이 사진에서 하나씩 묻어나 어느새 나는 그 이야기에 쏙 빠져들었다. 여러 번의 손을 거쳐 아담한 화보를 만들어 고희기념행사에서 가족들이 돌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생동안 모은 사진에서 한 사람의 생애와 우리시대 생활사가 담긴 것을 보면서 앨범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책장 귀퉁이에서 먼지만 쌓고 있는 나의 앨범도 꺼내어 보게 되었다. 유년시절의 앨범은 친정에 있고 내가 전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앨범은 청년기부터의 사진이 담긴 것들이었다. 신문사에 다닌 덕에 필름이 남는다며 사진기자들이 간간이 찍어준 사진들은 제법 멋스러워 ‘내게 저런 느낌이 있었구나!’ 하는 감동이고 이미 머릿속에 까마득히 잊혀진 시간들은 내 삷의 역사였다. 나름의 굴곡진 생의 흔적들이 각양의 낡은 앨범과 하나가 되어 말을 건네 와 한참이나 생각이 머물렀다.

 

  사진을 찍어 출력하는 일이 드물어진 요즘은 앨범의 형태도 바뀌었다. 컴퓨터 속에 파일로 저장해 놓은 사진들은 나름의 장식을 해서 붙여놓거나 비닐에 끼워 놓은 사진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친정에 가면 가끔씩 옛 앨범을 꺼내어 우리의 유년시절을 이야기하곤 한다.
친정 엄마가 즐겨 꺼내놓는 그 앨범은 각자의 삶에 부대끼는 우리 형제자매들을 이어주는 끈이다. 내 아이들은 파일로 남겨놓은 사진들을 꺼내어 우리처럼 자신들의 옛이야기를 나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