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금반지

2010.06.25 11:17

문화통신 조회 수:7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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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 몸에 붙이는 장식을 하나씩 늘인다. 청춘의 시절, 젊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 시절을 지나 옷색깔도 조금 더 원색에 가까워야 얼굴색이 살아나는 것 같고, 목걸이 귀걸이를 달아야 화사해지는 것 같은 심정이 드는 중년쯤이면 액세서리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결혼반지가 있었지만 도둑을 맞아 그마저도 없는 나에게는 몇 가지 값 안나가는 목걸이 귀걸이가 몇 개 있지만 그것도 몸에 붙이는 것에 익숙치 않아 정말 어쩌다가 기분전환으로 사용하곤 한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불안한 세계경제가 금을 화폐보다 안전한 경제가치로 값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던 금붙이를 조금 올랐을 때 일찍 팔아버린 것이 배가 아플지경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금붙이는 아이가 돌 때 받은 금반지 한 돈-그나마 도둑이 들었을 때 유일하게 남은 것이다- 그리고 퇴직기념으로 받은 나의 금반지 하나가 전부이다.  아무리 금값이 오른다 해도 팔 수 없는 것들이다. 아이의 금반지는 추억으로 간직하도록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미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유일하게 내 것인 금반지는 선물받은 지는 오래되지 않지만 내 어머니가 손가락에 끼시던 그 반지 모양이어서 들여다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어쩜 이렇게 촌스런 모습일까?” 혼자 중얼거리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가는 반지이다. 그것을 끼고 다닐 엄두를 내지못할 만큼 아주 오래된 디자인의 내 금반지에 나는 값을 셈하지 못한다. 금으로 되어있지만 나름 보석모양으로 세공된, 반지의 장식적 가치보다는 그 반지의 환금성에 더 의미가 있는 우리 어머니들의 반지를 닮았기 때문이다.
   

    세월의 고단함으로 자글자글한 주름이 덮인 손가락에 끼어 있는 그 반지는 비상시 어머니들을 지켜주는 마지막 경제적 힘으로 작용하곤 했다. 내 어머니도 그러셨다. 손가락에 낀 금반지까지 빼서 돈을 만드는 때는 삶의 막바지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내 어머니의 금반지는 자식들이 한창 성장하며 줄줄이 삼년 터울로 진학을 할 때 어머니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그 마지막 힘을 자식들의 공부에 쏟으신 어머니가 있어 나의 오늘이 있다. 비록 어머니의 반지는 아니지만 내가 가진 유일한 금반지는 때때로 내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