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총이 던지는 물음

2011.10.27 19:12

문화통신 조회 수:1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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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자라서 성년 나이를 넘겼고,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군대에 가 있는 아들에게서 일주일에 한번쯤 전화가 온다. 그저 그런 일상에 나눌 대화가 많지 않아도 단절된 공간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늘 반갑다.
아이가 군대에 가야할 나이가 되자 군대라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 적지 않은 걱정이 되었다. 자기 생각이 강하고 통념으로 받아들일만한 일도 곧잘 문제를 제기하곤 하는 성격이어서 집단의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조직에 어찌 적응할지, 우리부부는 한 근심 하면서 그래도 그런 경험이 앞으로 자신이 몸담고 살아야할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므로 꼭 가야할 것이라는 긍정의 마음이 되었다.

 

아빠는 아주 오래된 자신의 군대경험에 비추어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라고 말하고, 나는 그런 낡은 얘기가 지금에 먹히느냐고 핀잔을 주며 역성들고, 우리는 이렇게 요즘 아이와 함께 군대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제 1년여의 시간이 지나 생활이 조금은 몸에 밴듯한 모습을 볼 때마다 슬그머니 웃음도 나고 안도를 하게 된다.

전방에서 자주 반복되는 훈련에 아이는 때때로 불평을 쏟아낸다. 그래서 내가 “병정놀이한다고 생각하렴.” 하며 즐거움 마음을 가져 보라고 권하지만 더 짜증을 낸다. 전쟁을 위한 준비인데 놀이로 하라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으니 어릴적 전쟁놀이를 하듯 하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던지는 말이다.
사내아이들은 유난히 어릴 때부터 전쟁놀이를 하며 자란다. 전쟁이라는 것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일이고 남을 해치는 일인데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주변환경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금방 이 놀이에 빠진다. 그렇게 어릴 때 시작한 전쟁놀이는 학교에서, 사회에서 쉬지 않고 이어진다.


베란다 창고정리를 하다가 아이가 어릴적 갖고 놀던 장난감 박스를 열어보니 로봇, 레고블럭, 총 등이 가득하다. 총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다. 갈등을 만들어내는 총은 되도록 사주고 싶지 않았지만 언제 이렇게 많은 총을 가지고 놀았을까?img07.jpg
단지 장난감이던 총에서 진짜 사람을 해치는 총을 쏘는 훈련을 받게 된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물총에서, 전자음을 내는 전자총까지 다양한 총을 이미 마스터 했지만 근래들어 유난히 갈등이 증폭된 남북관계를 보면서 내 아이가 실제 총을 쏘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무탄트 메시지’에 이런 질문이 나온다.
“우리중 한사람이 이기면 나머지 예순 두 명은 모두 져야합니다. 그런 것이 재미있나요? 어째서 문명인들은 사람들에게 그런 경험을 하게 해놓고 당신이 승리자라고 설득하려고 하죠? 당신네 종족한테는 그것이 그토록 중요한가요?”
호주 원주민의 이 통렬한 물음, 놀이를 해도 승자와 패자를 가르며 놀아야 하는 우리들이 곱씹어봐야 할 물음이다.
아이의 어릴적 흔적을 더듬다 생각이 너무 어둡게 번져 얼른 장난감 상자를 덮는다.
판도라의 상자를 잘못 연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