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운세를 팝니다 - 운세통

2008.06.05 15:46

문화통신 조회 수:7577

당신의 운세를 팝니다 - 운세통



 해가 바뀌자 올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능동적 생각보다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려나 -하는 소극적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저의 이런 태도는 사는 것이 생각대로 된다는 자만심이 없어졌다고 의미를 붙일 수도 있고, 그만큼 자신만만한 일들도 적어지는 탓이라는 자가분석도 내려봅니다.


 이런 맘으로 시작한 연초, 올 한해의 삶을 준비하고 함께 일하는 사무실 식구들과의 친목도 다질 겸 겨울 여행을 떠났습니다. 남자 넷 여자 하나, 다섯 명이 떠난 여행의 목적지는 정선.

 요즘 정선에 대한 감성이란 카지노가 들어선 이후에는 옛 오지의 이미지와 카지노의  유혹과 욕망의 이미지가 뒤섞여 잘 정리되지 않는 곳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키지노로 가기위해 좁은 도로에 줄을 잇는 고급 차량들과 광산지역 흔적들의 뒤섞임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일행도 하루는 깊은 밤 숙소를 찾느라 굽이굽이 산속을 헤맸고, 다음날은 카지노에서 충혈된 눈들과 돈더미들을 견학(?)하며 이 지역 주민들은 이 혼란을 얼마나 심하게 겪을까 가늠해보았습니다.

정선을 거쳐 태백에서 행선지를 나누게 된 우리 일행이 이 짧은 헤어짐을 기념하기 위해 찾은 곳은 ‘다방’이었습니다. 역 앞의 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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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나 커피 전문점이 많은 요즘, -다방’이나 ‘-다실’을 발견하는 순간, 그 이름에서부터 친근감이 다가왔습니다. 연초 중국 상해에서 관광을 하다  맘 편히 쉴곳을 찾은 곳이 ‘스타벅스’였는데 그때는 낯선 나라에서 한국에서도 눈에 익은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 반갑더니, 태백역에서 만난 찻집은 우리 일행이 공유할 수 있는 ‘과거’여서 반가웠습니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의 우리는 청년시절의 익숙한 풍경을 그곳에서 만난 것이죠.

 그 찻집에서 우리를 가장 반갑게 맞은 것은 탁자위에 놓은 ‘운세통’이었습니다.

 이것의 제 용도는 재떨이인데 원형 둘레에 십이간지가 그려져 있어 자신의 띠에 동전을 넣으면 얇은 종이에 돌돌말린 운세 메시지가 나오는 것입니다.


 70
년대와 80년대 찻집 탁자에 자리를 차지하여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시간을 죽이는 우리들을 위해 운세를 점쳐주던 그 놈, 21세기에 아직도 존재한다니 놀라웠습니다. 이러 저리 만져보고 반가움을 표시했지만 그놈은 이미 제 기능은 잃은 상태, 그저 옛 추억의 상징물이었습니다.  그 시절 다방에서 성냥쌓기나 운세점을 치며 시간을 죽이던 그 한가함을 지금 다시 찾는 것은 그저 잠시의 행복한 환상이겠죠?



 현진건의 소설 ‘운수좋은 날’은 연거푸 일어나는 행운이 결국은 불행의 징조가 된 이야기입니다. 궁극적으로 운세가 좋다는 것이란 어떤 것인지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동전 한닢을 던져서 사던 운세는 돈더미가 떨어지기를 꿈꾸는  욕망에 견주면 아주 사소하고 유치한 일상입니다.


 매일 조간신문을 읽으며 흘깃, 오늘의 운세에 재빨리 눈길을 돌리며 하루의 기분을 점쳐보는 우리들의 습성은 그 때 다방에서 오늘의 운세를 점치던 소박함과 닿아있습니다.

 그저 같은 띠를 가지고 있거나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것으로 공동운명체가 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변화무쌍하기는 하지만요.

 이러한  운세 점치기가 이즘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곱씹어 생각합니다.


 카지노가 오락에서 도박으로 변화되는 것은 순전히 사람들의 선택인 것처럼, 제 수명을 다한 이 운세통은 다방에서 동전 한닢으로 사던 우리들의 운세는 이미 심하게 퇴색하였고 단지 욕망을 현실화시키려는 다양한 몸부림만이 난무함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습니다.


2007년 5월자(문화통신 계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