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지킴이, 최종규

2011.10.27 19:22

문화통신 조회 수:4393

img06.jpg 얼마 전 우연히 만난 잡지 한권, 잡지라고 해야 할지, 단행본이라고 해야할지, 그 성격을 딱히 잡기 어려운 ‘두 달에 한 번을 원칙으로 하지만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꼭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 잡지이름은 ‘우리말과 헌책방’이었다.
이 둘의 관계는 무엇일까? 의문을 갖게 하는 이 격월간 잡지는 그렇게 오래 수명을 유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내게는 2008년도 5호가 있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용보다 ‘우리말’과 ‘헌책방’이라는 다소 생경한 두 주제로 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갔다. ‘문화통신’이 하는 일도 꼭 그 모양새여서 동병상련의 감정이 솟은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틀리기 쉬운 우리말,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말들을 자분자분 일러주는 글과 헌책방으로 꽤나 발품을 팔고 있는 것 같은, 책방에서 건진 이야기들이 재생지에 소박하게 담겨 있었다.
 

그 잡지를 내던 주인공을 최근 김유정문학촌에서 만났다. 그가 쓴 책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그의 지인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그와 친분이 있는 한테크의 노영일 대표가 자리를 편 것이었다. 누리집 글쓰기를 활발히 하고 있고 문학촌 행사에 강의를 하러 춘천에 온적이 있는 그는 춘천의 경춘서점과 같은 헌책방을 찾아 이따금씩 들르는 인연을 가지고 있다.
 ‘1975년에 인천 도화1동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을 만나면서 마음밭 살찌우는 책을 읽습니다. 1994년에 ‘우리말 한누리’라는 모임을 만들면서 글쓰기를 처음 했고, 이때부터 『함께살기』라는 이름으로 우리말 소식지를 2004년까지 만듭니다. 2001년부터 세 해 동안 국어사전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2003년 9월부터 이오덕 선생님 글과 책 갈무리를 맡았습니다.
 

img07.jpg 2004년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 노릇을 했고, 2006년에 ‘민들레사랑방’ 푸름이 하고 글쓰기랑 책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한글학회에서 ‘공공기관·지자체 누리집 말다듬기’를 했습니다. 딸 사름벼리, 아들 산들보라, 옆지기 전은경하고 멧골자락에서 바람과 달빛과 햇볕과 새소리를 들으면서 지냅니다. 『생각하는 글쓰기』『사진책과 함께 살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같은 책을 썼습니다.‘

그가 낸 책의 보도자료에 실린 최종규 씨 삶의 내력이다. 이런 삶을 삶게 된 연유를 물었다.
“외대 네덜란드어과를 다녔는데 번역에 관심을 가졌어요. 번역을 하려면 먼저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야 하니까 우리말 공부를 하게 됐죠. 그런데 외국어를 가르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기자가 되려고 전공은 뒤로 하고 신문방송 수업을 들으며 우리말 동아리를 운영하는 등 우리말을 배우고 나누는 일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어요.” 그의 우리말에 대한 애정은 헌책방으로 이끄는 동기가 되었다. 우리말에 관한 책이 많지 않아 옛자료가 있는 헌책방을 찾게 되면서 헌책방의 가치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 헌책방도 소중한 가치를 지녔는데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이 꼭 우리말의 처지와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 헌책방의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고  글을  쓰기도 하면서 책을 내고 사진전도 열었다.
‘아 그래서 우리말과 헌책방이구나.’ 처음 가졌던 의문이 비로소 풀렸다.
그는 스스로 우리말 번역가라고 생각한다. 잘 알지 못하는 말, 잘못 쓰이고 있는 말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번역자 역할을 강조하는 최종규 씨는 우리말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으로 각 지역의 말과 표준 한국말, 이 두 영역을 잘 이해해야만 진정한 우리말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강원도말, 춘천말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찔끔했다.
img08.jpg 아이들의 이름 사름벼리, 산들보라, 그리고 아내를 부르는 말, 옆지기 같은 살가운 우리말을 사랑하는 그가 우리말의 지키기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 대상인 청소년들을 위한 책을 낸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말 착하게 가꾸기’와 ‘우리말 바르게 손보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잘못 쓰는 우리말, 그리고 청소년들이 우리말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무엇 때문에 한글이 생겨났는지?’, ‘왜 우리는 한자로 이름을 지어야 하는지?’ 등의 물음에 친절히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교육이 가장 급하고 그 다음은 어른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우리말을 제대로 쓰도록 교육하는 책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말을 바꾸려면 삶이 바뀌어야 한다는 최종규 씨, 그래서 그의 삶은 자연에 관심이 많고, 살림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단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일은 돈이나 명예를 얻는 일과는 조금 멀다. 그래서 그의 삶도 거처를 여러 번 씩 옮기며 글과 사진으로 얻는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뜻있는 일은 밑거름이 되어 싹을 내는 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우리말 지킴이로 나선 그가 비바람 속에서도 푸른 나무로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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