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으로 노래하는 언더가수
정형근


5월13일 축제극장 '몸짓'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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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오시면은
춘천에 가(오)시면은 꼭 사랑을 찾으세요…
춘천에 가시(오)면은 소양강에서 사진을 찍으세요…
꽃향기를 맡으세요…
춘천에가 (오)시면은 꼭 사랑을 이룬답니다.

 

춘천의 소양강과 막국수 닭갈비, 그리고 사랑을 잃어버렸거나, 아직 사랑을 품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춘천에서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잔잔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정형근. 그는 요즘 홍대 앞 클럽에서 자신의 딸 나이 또래인 20대의 젊은이들과 호흡하고 있다.


사랑은 버려 이별만 갖고 와.

네가 아파하는 것들 다 여기 있다.

미련은 버려 지난 일 깨끗이 잊자.

너는 4번 타자야 경기를 끝내.

3루 주자는 네손에 달렸어.

때리고 달려 홍대 앞으로 와! …. 홍대 앞으로 와

 

 

 

 

아직 미련으로 쥐고 있는 것을 놓아버리고 그곳에 가면 따뜻이 위로해줄 것 같은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에 아픈 청춘들이 귀 기울인다.
눈가의 주름과 많지 않은 머리카락과 더부룩한 턱수염, 그리고 막걸리 맛과 같은 투박한 목소리….

50대 후반의 그가 부르는 노래가 갖는 매력은 무엇일까, 다른 곳도 아니고 홍대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그에게는 어떤 기분일까?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이지만 그와 눈인사를 나누고 30분쯤 말을 트면 이런 궁금증들이 쉽게 풀린다.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 속에 담겨 있는 반짝이는 빛을 느낄 줄 안다면.


그의 이 반짝이는 별빛들은 오랜 어둠에 가려있었다. 그래서 이즈음 자신의 노래가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씩 받게 된 것에 대해 그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 한 순간 피었다 가지는 화려한 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언더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색깔을 버리지 않고 유유자적해왔던 것이 오늘의 그가 있게 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를 지금까지 가수로 있게 한 시간들은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역사와 함께한다. jun3.jpg

일찍 외국인들에게서 구한 팝 레코드를 통해 음악과 가까워진 그는 작곡을 공부하려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대중음악에 몸을 담았다.
안정된 직업을 가졌지만 노래를 통해 자신을 펼쳐 보이려는 꿈에 도전하느라 사람들이 철밥통이라고 하는 공무원 노릇도 그만두었다.

춘천에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내공을 쌓던 그는 70년대 실력있는 통기타 가수들의 메카였던 CBS ‘ 세븐틴’을 이끌던 김진성PD에게 발탁되며 노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기타를 들고 방송국으로 찾아가 자신의 노래를 선보인 바로 그날부터 방송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 시절 그에게는 곧 ‘한국의 밥 딜런’이 될 거라는 창창한 꿈이 코 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곧 세상의 바람이 심하게 불면서 댄스 바람도 함께 다가와 포크 계열의 음악이 수면으로 가라앉았다. 더불어 그의 꿈도 깊이 내려 앉았다.


그 수면의 시간에 그는 영화음악을 만들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영화음악을 만들며 87년 12월, 춘천에서 자신의 첫 발표회를 가졌다. 노영심,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 이주원 등 우리의 귀에 익숙한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을 게스트로 한 콘서트였다.
그의 노래는 늘 화려한 장식이 없는 쌀밥과 같은 맛, 원재료의 맛이다. 조금은 졸린 듯 웅얼거림, 그의노래를 한 평론가는 ‘진심’이란 단어로 표현한다.

하지만 가수들이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고, 상품이 되어가던 시절, 그의 노래는 큰 빛을 보지 못한 채 서울 인천 주변의 작은 무대와 그래도포기하지 않는 앨범 발표 등으로 이어졌다.
곡과 노랫말 모두 스스로 쓰며 시집을 내기도 한 그는 음유시인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꾸밈이 없이, 때로는 너무나 직설적이어서 듣는사람들에게 불편함도 주는 노랫말, 하지만 세월이 무르익었을까. 요즘 그의 노래는 다시 주목을받는다.
홍대 앞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여세를 몰아 5월 13일(일) 오후 6시 축제극장 몸짓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26일에는 홍대 클럽 빵에서 ‘까꿍 대한민국’을 주제로 콘서트를 열었다. 그의 여섯번째 앨범 ‘효도탕’ 발매 기념이었다.
고향 춘천에서는 25년만에 갖는 무대이다. ‘춘천에 오시면은’을 주제로 지난했던 음악 인생에서 늘 힘이 되어주었던 고향을 노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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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온 그의 여섯 번째 앨범은 정치를 비판하는 풍자가 담겨있는가 하면, 늙어가는 어머니를 보며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도 함께 들어간’ 보약을 끓여 무릎, 관절, 허리 아픈 것을 낫게 하고픈 자식의 순정한 마음을 노래한다.
비주류였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그 호방함으로 20대들 앞에서 당당히 노래하는 정형근의 노래는 돌고 돌아 다시 처음의 자리에 와있는 그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 유현옥 본지 편집주간 -
2012년 봄호 내지 2012.4.14 11:14 AM 페이지69 001 Adobe PDF 2400DPI 200L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