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작가 임선희 씨

 

옛이야기 다시 짓는 토우쟁이 
연극하다 토우 제작, 토우로 디오라마 제작 국내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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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숨을 쉰다. 흙 속엔 보이지 않는 생명이 있다. 그 흙으로 사람의 품새를 빚는다. 토우작가 임선희(소소공방 대표) 씨다. 흙 속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는 게 그의 일이다.

 

토우의 키는 겨우 20cm 내외다. 그 조그만 인형들은 신기하게도 제각각 동작과 표정이 다르다. 마치 살아있는 듯 저마다의 개성이 또렷하다.

옷은 사실적이다. 현실에서 입었던, 혹은 입고 있는 옷을 그대로 본 땄다. 한지로 디자인과 재단을 한 후 꿰매고 붙여 옷을 입힌다. 그들은 마을과 집, 주막, 장터 속에서 삶을 뽐내고 있다. 옹기와 그릇, 북과 나팔, 잡다한 생활용품들도 콩알만치 만들어져 그들 주위에 놓인다.

 

일상을 그대로 축소한 모습을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만큼 그 정성과 품은 말할 것도 없다. 청자토, 분청토, 산청토, 옹기토, 산백토, 세인토, 조합토, 백토 등 토우의 특징에 따라 갖가지 흙들을 재료로 삼는다.

흙을 치대 몸통, 팔, 머리, 다리를 따로 빚어 붙인다. 그늘에서 서서히 말린 후 가마 속에 넣어 700~800도에 굽는다. 꺼내어 한지 옷을 입힌 후 모자나 장신구 등 소품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이니 적잖이 복잡하다.

 

임 씨의 작품은 토우 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토우로 스토리를 만들어 보여주는 디오라마다. 기획부터 스토리 구성, 작품 제작, 전시까지 복잡하고 다단한 과정이 모두 그의 몫이다.  

 

강원감영제에서 전시된 바 있었던 ‘강원감영관찰사 부임행렬 디오라마’, 정금민속마을의 ‘횡성 회다지소리’ 디오라마, 용인장례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정조국장도감반차도 디오라마’, 대구국제 엑스포에서 전시된 ‘세종대왕 태봉안의식 디오라마’ 등이 그의 이야기가 있는 작품들이다. 

요즘은 지역의 전설에 관심이 깊다. 원주에 사는 만큼 우선 원주의 전설을 토우로 제작해 원주 소재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전시했다.

 

올해는 강원도의 전설에 도전했다.

 

강원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토우로 들려주는 강원도의 전설’을 제작해 9월부터 춘천, 평창, 강릉, 원주를 돌며 전시한다.

춘천 청평사 상사뱀 전설, 원주 치악산 꿩 설화와 육판바위 전설, 강릉 범일국사 탄생설화와 장자못 전설, 평창 세조와 고양이 전설 등이 그의 토우로 숨결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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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토우로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는 것은 그의 독특한 이력 덕분이다. 그는 사실 연극쟁이다.

그는 서울 세종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며 연극과 풍물, 탈춤 등과 인연을 맺었다. 졸업 후 잡지사 기자와 극작가로 활동하다 15년 전 원주로 내려왔다. 연극을 하는 남편과 소담스러운, 작은 연극을 하고 싶다는 바램이었다.

 

하지만 지방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배우는 많지 않았고 경제적 사정 때문에 공연팀을 꾸리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택한 것이 토우였다. 토우로 부족한 출연진을 대체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스스로도 토우로 사람의 느낌을 연출한다는 게 신비롭고 재미있었다. 그때부터 흙 만지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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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경력은 토우로 장면을 구성하는 능력이 돼줬고, 풍물과 탈춤 등 민속놀이를

배웠던 경험은 토우로 전통적인 몸짓을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극작가로서의 능력은 전체 디오라마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힘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임 씨처럼 토우로 디오라마를 만드는 이는 없다.

기획부터 장면 구성, 토우 제작, 한지로 의상 제작 등 과정이 복잡하고,

스토리가 탄탄해야 하며 역사적 고증까지 거쳐야 하는 작업에 선뜻 뛰어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 씨는 “토우는 다른 재료와 달리 사람의 표정과 동작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고 토우에 입힌 한지 옷은 아름다운 우리 옷을 원형 느낌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라며 토우의 매력을 설명했다.

 

토우를 통해 그가 사랑하는 연극판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그로서는 즐거움이다. “돈이 없거나 상황이 허락지 않아 연극에서 하지 못했던 것, 연극으로 하기 어려운 것을 토우로 다시 살려낸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연극의 끈도 그는 놓지 않고 있다. 마당극 배우, 춤꾼, 극작가가 결합되어 구성된 예술단체인 예술단 ‘바우’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참재밌는 극단 ‘김치’의 상임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연극 ‘대륙아리랑’ ‘방랑시인 김삿갓’ ‘꿈꾸는 춘향’ 등을 연출했다. ‘꿈꾸는 춘향’은 국립극장 무대에 올려지기도 한 대작이라 그의 실력을 가늠케 한다. 큰 작품을 만들었던 능력과 강원도의 전설을 담은 토우를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앞으로 더 역사와 전통, 민족의 이야기가 담긴 토우를 만들고 싶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 민담, 설화를 토우로 복원하고 싶은 것이다. 더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토우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쓴 책을 내는 게 그의 포부다.

 

소탈하다. 그러나 잊혀져가는 옛이야기를 토우로 엮는 그의 손놀림은 재다. 화려하고 현란한 현대문화에 짓눌려 전통과 역사, 옛이야기가 더 사라져 버리기 전에 옛맛 담긴 이야기를 서둘러 기록하고 싶기 때문이다.


* 토우로 들려주는 강원도의 전설 전시일정

춘천  9월 24일-28일  춘천 문화원
평창 10월17일-23일  평창 문화예술회관
강릉 10월24일 30일  강릉미술관
원주  11월4일-9일     원주 중앙동 창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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