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한 장에 세계인의 마음을 담다

‘바른손카드’ 회장  박영춘



며칠 전 카드와 편지지를 사러갔다. 참 오랜만에 경험하는 일이었다. e-mail을 쓰기 시작한 뒤부터는 잘 쓰지 않는 종이편지의 느낌이 새롭게 다가온 것은 연 초 어느 연수프로그램과정에서 한무더기의 편지를 받은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감동을 다른 사람에게도 실천해야 한다는 맘을 다지고 편지 쓸 준비를 하러 간 것이었다.

그저 하얀 종이에 마음을 담아도 좋은 일이지만, 그림과 모양새만으로도 주는 이의 마음을 느끼게 하는 카드의 다양한 모양이 마음을 사로잡아 한참이나 문구코너에 걸음을 고정시켰다.

‘바른손카드’ 우리나라에 여러 개의 카드회사가 있지만 우리의 귀에 익숙한 카드회사이다.

6월의 어느 주말, 바른손카드의 박영춘 회장을 구봉산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영춘 회장은 춘천출신으로 현재 ‘바른손 카드’를 생산하는 주식회사 유사미(唯思美)의 회장으로 중국 상하이에 가동 중인 현지법인에 상주하고 있다.

고향 춘천을 오랜만에 찾은 그는 구봉산자락에서 내려다보이는 춘천의 풍경을 깊이 담고 있었다. 춘천의 자연이 아름답다는 이야기와 함께 도시디자인에 대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1.jpg    “도시를 디자인 하는 것은 여러 사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 일입
  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 그룹이 모여 연구하고 발표의 장을 만드
  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관심 때문에 제가 아는 관련 분야 전
  문가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춘천의 방향성에 관심을 갖고 전문가 그룹을 조직해 보다 구체적인 춘
  천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던 박회장은 그 작업이 탄력받지 못하고 흐지부
  지된 것을 아쉬워 했다.

  그가 고향 춘천에 대해 갖는 방향성은 덜 개발되었기에 가질 수 있는 장 
  점을 살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디자인산업 영역에 있는 그의 관점에서 춘천의 자연경관을 살린 예술도
  시 춘천을 상상하고 있었다. 예술가들이 모이고 그로 인해 관광객들이 모
  이는 도시.

  그가 고향을 위해 이런 꿈을 실천할 기회가 있었다. 춘천어린이회관을 ‘바
  른손’이 위탁운영하면서 춘천인형극제를 주도적으로 탄생시킨것.

  춘천인형극제 탄생에 중심 역할을 했던 박회장은 춘천인형극제의 이미지
  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로고, 포스터 등이 모두 바른손의 손을 빌려
  탄생했다. 캐릭터 ‘코코바우’도 바른손의 디자인팀에 의해 탄생되어 오늘
  까지 이어지고 있다.

  팬시사업도 추진하고 있던 바른손은 어린이회관을 중심으로 인형극제와 
  함께 춘천의 특색을 살린 꿈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계획이 있었지
  만 이 꿈은 곧 물거품이 되었다.

행정예산 지원없이 어린이회관 공간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다가 박회장이 무슨 욕심이 있어서 이 일을 추진한다는 오해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미련없이 어린이회관 운영에 손을 놓았다. 89년 4월부터 90년 11월까지 약 1년 6개월여에 걸친 시도가 그렇게 끝났다.

이 이야기를 하기까지 박회장은 한참 걸렸다. 굳이 지난 일을 말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그만큼의 열정과 좌절이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시선을 자주 춘천풍경으로 돌리는 그의 눈빛은 고향에 대한 애정 이상의 춘천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어 보였다.

 춘천에 대한 그림도 나름 간직하고 있지만 그 것을 개인적으로 이야기 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열을 내고 몸살을 하며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말을 이었다.

춘천인형극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에서 갖는 성과와 위상에 대해서도 힘주어 말했다.

 다시 카드 이야기.

“ 카드는 마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종이와 디자인, 인쇄까지 전 과정에 이런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박회장은 강조한다.

IMF에 ‘바른손 팬시’를 남의 손에 넘기고 ‘바른손 카드’를 중심으로 다시 사업을 정비한 박회장은 자사의 카드를 세계인의 손에 전하고 있다. 그만큼 그 나라의 문화에 맞는 문화상품 만들기에 노하우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는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프랑스 니스에 있는 샤갈 미술관은 샤갈에게 생활공간을 제공하고 샤갈이 그 곳을 직접디자인해서 살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나는 춘천도 이런 방식으로 자연과 어울리는 예술도시로 가꾸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원도는 자연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그 자연 외에는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관광자원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박회장이 꿈꾸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도시 하나 쯤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존재하도록 하는 일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되는 만남이었다.


 유현옥 | 문화커뮤니티 금토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