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붉은 고요와 쓸쓸한 과거의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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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정선, 태백으로 연결되는 국도 38호선을 중심으로 조성된 강원 남부 폐광지역으로 가는 길은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지 뭔가 모르게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번성했던 그 시절의 영화를 찾아보고자 해도 보이는 것은 거대한 검붉은 고요와 쓸쓸한 적막, 아련한 과거의 옛 모습과 붕괴되고 잃어버린 공동체의 현실이혼란스럽게 교차되고 있을 뿐이다.

1960년대 국내 탄광산업의 핵심이자 산업화의 대표적인 광산 중 한 곳인 대한중석 상동광업소는 영월읍에서 약1시간을 더 들어가야 찾을 수 있었다. 백운산과 장산을 양 옆에 두고 건설된 해발 600m의 상동읍 구래리(중석길) 상동광업소는 산 자체가 거대한 조형물의 형태로 남아있다. 마치 피라미드나 그리스신전 같은 느낌이랄까?
하늘 높이 우뚝 서있는 굴뚝과 제련공장, 선광장은 정지되어 있는 기억의 시공간을 돌아볼 수 있는 흔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모르고 찾아온 여행객들에게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 세트장으로 착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동광산은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텅스텐(重石중석) 매장량을 가진 광산으로 알려져 있다. 상동광업소는 1952년 국영 대한중석으로 인수되어 국내 텅스텐 생산량의 80%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등 국가경제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던 최고의 외화벌이 기업이었다. 1960년대에는 국내 총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으며 전세계 생산량의 15%까지 공급하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1960~70년대 ‘잘살아 보세’라고 외치던 새마을운동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상동광업소에는 근로자를 위한 자체 의료시설과 수세식 화장실, 중앙난방식 기숙사 등 직원 복지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그 시절 광산업이 얼마나 번창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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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왕 박태준이 채굴하던 광산의 꿈,

대한중석은 1964년 박태준 회장이 사장으로 재직하며 포스코(전 포항종합제철) 설립을 위한 기반을 준비한 곳이기도 하다. 1968년 정부는 박태준 사장에게 정부의 지분과 대한중석의 지분을 투자하여 포항제철을 설립토록 하고 초대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보더라도 상동광업소가 대한민국 산업경제화에 끼친 막대한 영향을 다시 한 번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본격화 된 중국과의 국제경쟁력에서 밀려나면서 1992년 채굴이 중단되고 1994년 외환위기로 결국 폐쇄되고 말았다. 최고의 호황기인 1971년 상동읍의 인구는 22,6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눈부신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현재는 1,200여 명(2012.12.31)으로 급속히 감소하여 사실상 도시의 생활기능이 몰락한 폐광촌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최근에는 텅스텐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는 대규모 투자자들에 의해 상동에 재개발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것이 봄바람인지 차가운 겨울바람인지 알 수 는 없다. 하지만 우리 땅, 우리 지역의 산업문화 유산이 외부 자본에 의해 어떻게 보존될 것인지 불투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왠지 불안할 뿐이다.

강원 남부지역 폐광산과 산업건축물은 또 하나의 소중한 산업문화유산이다. 문화재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시대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지역의 건축물 또한 우리가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 유산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한중석 상동광업소는 산업화의 상징적인 광산건축일 뿐만 아니라 광산이 품고 있는 근대화의 역사와 산업문화는 살아있는 역사유산이다.
사진가의 눈에 들어온 거대한 공장과 주변의 시설은 그 자체가 문화였고 역사적 유산으로 충분한 가치와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무조건적 경제적 논리에 의한 개발이 아닌 보존을 통한 가치의 재활용, 미래를 생각하는 새로운 가치의 창조가 이런 공간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해 본다. 창조적 문화산업의 첫 번째 시도가 이곳 상동이기를 바란다.

※ 텅스텐(重石) : 원자번호 74번인 텅스텐(tungsten, W)의 원소 이름은 스웨덴어로 ‘무거운(tung) 돌(sten)’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 뜻의 한자어인 중석(重石)이라고 불렀다. 텅스텐의 다른 이름은 볼프람(wolfram)인데, 원소 기호 W는 이에서 나온 것이다. 텅스텐은 무겁고 단단하며, 금속 원소 중에서 녹는점이 가장 높고 증기압은 가장 낮다. 이 때문에 백열등 필라멘트와 각종 전기·전자부품 재료로 사용되어 왔으며, 합금과 탄화물은 절삭공구, 무기 등에 널리 사용된다. 
자료- 네이버캐스트

김시동 사진가 · 지역아카이브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