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간 아들의 첫 면회를 가면서 가장 먼저‘우리 애가 좋아하고 잘 먹는 것’을 챙긴다. 평상시에 잘 먹어보지도 못하던 최고 등급의 소고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먹을거리를 잔뜩 - 그야말로 바리바리 - 싣고 가서는 몇 십 년 만에 상봉한 이산가족처럼 부등켜 안고, 울고 웃고… 예약한 방에 도착하자마자 음식 해먹이기 바빴다. 집 떠나 보낸 지 겨우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리 집 뿐만 아니라 군인아들을둔 부모특히, 어머니들은 공감을 할 것이다.

    우리에게 먹는 것만큼 서로 통(通)하는 것이 있을까. 먼저 내 것을 나누어야 상대방에게 다가 갈 수 있다. 그것이 먹을거리의 큰 힘이다.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우선하는 통과의례(通過依例) 이다.국밥01.png
약사천 복원공사로 춘천풍물시장이 옮겨가기 전까지 북산집이나 곤계란집은 몇 십년동안 중독성 술꾼들의‘랜드마크’였다. 술과 부침개를 양껏 먹어도 기분 좋게 한턱 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요즘 말로 착한 가격에.
남춘천역 철길다리 밑에 조립식으로 산뜻하게 지어진 가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5일장 풍물시장과는 분위기가 맞지 않다. 경춘선이 복선전철로 되면서 서울사람들이 많이 와서 장사는 잘되겠지만, 그쪽으로발길이 가지 않는것은 거리 때문만은아닐 것이다.

    춘천의 대표 시장인 중앙시장이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으로 공연과 전시 등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낭만(浪漫)을 파는 전통시장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중앙시장에는 건물주변에 현수막이 걸리고,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져 지나는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형태의 활성화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장사도 잘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5일장이나 재래시장에서 무슨 구경거리가 있다고 해서 가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좋아하는 특별한 것이거나할 일이 없어 시간을 때우기면모를까.
생뚱맞은 이런저런 시설설치와 주말에 볼거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일차원적인 방법으로 계속한다면 시장의 모습뿐만 아니라 존재가치조차 잃어버릴 것이란 생각이다. 비유가 적절할지모르지만‘갓 쓴다고 선비되는 건 아니다.’

    장터는 단골손님과 에누리가 있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손길과 정담(情談)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국밥집이 그런 곳이다. 상인들이 일하다 힘들면 내 집처럼 잔술을 찾고, 속내를 스스럼없이 내비치며 살아가는 곳이다.
중앙시장의 금선식당, 원앙식당, 진향식당, 할머니순대국밥집 주인들은 큰길가의 반듯한 체인점이나‘원조’에는관심이 없는 듯하다.
마주앉아말없이 국밥을맛있게 먹고 있는노부부의모습이중앙시장의낭만이다. 아름답다.

삶은 돼지머리 문턱에서 빙그레 웃는다 / 칼도 돈도 꽂지 않은 헤벌어진 입 /
언제부터 웃는건지 / 질펀한 시장길이 구수해진다 /
굿판에 나가면 위대한 고기 / 순대국물에 드문드문 섞어니 /
천지신명이 뚝배기 안에 노니시는구나
까맣게 탄 창자를 / 숟가락에 우렸다 내렸다, /
푸석한 새우젓에 귀때기 살 찍으며 / 설익은 인생은 견져내 /
한 점씩 고시래하듯 잔을 권한다
삶아 바칠곳이 있을까, 내머리는 / 찬밥 덩어리만한 영혼은 굴러서 /
끈적한 상 위에 없질러지고 / 祭物따로 없는 시대에 /
콧구명 넉넉한 국밥집 아줌마 / 혓바닥 고기 썰어 접시에 내고있다
                                                                            (김금분/ 중앙시장순대국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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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일 / 춘천시문화재단 문예시설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