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묵사발

2011.08.03 11:55

문화통신 조회 수:4540

pic33.gif 지난달에는 오래간만에 고향을 다녀왔다. 국민(초등)학교동창회참석이었다.
이번에는 누구누구도 오니까 너도 이번엔 꼭 와야 된다는 친구의 사정과 반 협박에. 길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춘천에서 나의 고향 함양을 한번 다녀 오려면 아무래도 1박2일은 잡아야 하니 그리 쉽지만은 않다. 대개 문화행사가 주말과 휴가철에 있어 그 뒷일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집안일이나 모임등에 가기 위해서 이리저리 앞뒤를 재야만했다. 졸업 후 처음 만나는 몇몇 동창의 모습은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45년의 시간은 그랬다. 60년대의 어렸을적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며, 추억하며 그때는 그렇게 생활이 어려웠다는 것을 알았다. 식구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소작(小作)과 땔나무장사로 살아야 했다는…
당시 꽤 여유있게 살았던 나로서는 그들의 대화에 낄 수 없었다. 많이 미안했다.


오십 정도를 넘긴 나이라면 음식을 가린다거나 깨작거리며 먹다가 남기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한 소리를 한다.‘배부르면 숟가락을 놓든지- ’자신은 굶고 살지는 않았어도 모든 것들이 귀하던 시절을 봐왔기 때문이리라. 예나 지금이나 뭐든 맛있게 잘 먹어야 칭찬을 받는다.


도시에 살고 직장을 다니게 되면 보통은 주변의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게 된다. 돈을 아낀다고 혼자 도시락을 싸 오는 건 괜히 눈치 보이고. 나뿐만이 아니겠지만 집에서 먹는 밥하고 달라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점이라도 계속 먹으면 질려서 멀리 나가서 사먹기도 한다. 거의 자가용들이 있으니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은 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래 전 원주에서 행사가 있어 참석 했을 때 지역연극인에게서 흥업의 메밀묵밥을 대접받은 적이 있었다. 담백하고 구수한 그 맛은 아마도 그 집의 분위기 때문에 더 했을 것이다.
나는 그 맛을 못 잊어 차가 있는 만만한 후배를 꼬드겨 다시 먹으러 갔다. 이게 그리 맛있다고 하는 거냐, 식성도 별나다느니 계속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멀리까지 편하게 먹고 왔다는 것만으로 좋았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묵사발을 해 먹을 수 있다. 시장에서 메밀묵을 사다가 채처럼 썰고 육수를 부어 김치를 쫑쫑썰어 넣고 김 부스러기와 깨를 약간 넣어 먹으면 되는 음식이다. 조금 허 하면 밥 한 공기 말아 먹으면 되고. 식성이 다 다르지만 굳이 육수를 따로 만들지 않고도 시원한 물만 있으면 행복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


메밀묵은 한겨울 따뜻한 아랫목에서 둘러 앉아먹는 별식으로, 무침으로 만들어 반찬과 술 안주로도 많이 먹지만, 입맛 없어지기 쉬운 여름에 개운하고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음식중의하나다.
오래 전부터 메밀이 혈압을 내리고 혈당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배불리 먹어도 살찔 염려 없으니 건강과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사람은 생각해 볼일이다. 쉬 배가 꺼져 문제이긴 하지만.


박동일 문화기획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