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시간과 기억의 진행형
철원 노동당사 등록문화재 제22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넓고 푸른 들판, 평화로운 산골 마을이지만 외부인을 경계하는 낯선 긴장감이 몸속으로 전해온다.
민간인 보다 군인과 군용트럭이 더 많이 보이고 곳곳에 요새로 위장하고 철조망으로 경계를 긋고 있는 북으로 가는 길목, 통일을 꿈꾸는 땅, 철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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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군의 가슴팍에 총칼을 박자!’노동당사1.jpg


군부대 입구의 섬뜩한 구호와 해골조형, 얼룩무늬 경계석을 뒤로하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전쟁의 흔적을 안고 힘겹게 서 있는 앙상한 형태의 회색빛 건물이 애처롭게 다가온다.


1946년 신축한 철원 노동당사는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금강산로 265번지(관전리)에 있는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안에 있는 북한 조선노동당의 당사로 높이 13.3m, 지상 3층, 건축면적 386㎡(117평), 대지면적 3,115㎡(942평)의 러시아식(소련식) 건물이다.


당시 철원, 김화, 평강, 포천 일대는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 5년여 동안 북한의 관할 지역이었다.


북한 공산당은 건물을 짓기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모금이라는 명목으로 1개리(里)당 쌀 200가마씩을 착취하였으며 강제로 노동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완공했다. 이 지역에서 남한 공산당의 핵심 역할을 해온 노동당사는 한국전쟁까지 수많은 애국인사와 무고한 주민들을 체포하여 악랄한 고문과 학살을 자행했다. 한번 잡혀 들어가면 죽거나 반송장이 되어 나올 정도로 악명 높은 공포의 장소였다고 한다. 건물 뒷편 방공호에서 발견된 수많은 유골과 실탄, 고문 도구인 낫과 철사줄 등이 우리민족의 끝나지 않은 아픔을 말없이 말하고 있다.

 

전쟁의 상흔을 오롯이 간직한 장소,노동당사2.jpg

철원 노동당사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러시아식 건축 특징과 시대적 역사성을 갖추고 있다는 근대유산의 평가를 인정받아 2002년 5월 31일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되었다.

 

전체적으로 조적식 기둥과 벽체로 수직을 이루고 있으며 보와 슬라브는 철근콘크리트 수평재로 수직재와 연결되는 구조로 지어졌다. 천장에는 목조 삼각형 지붕틀의 흔적이 남아 있고 1층 정면 입구에는 중앙 양옆으로 원기둥 두개를 세워 공산당사로의 권위와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건물의 지붕과 천정은 붕괴되고 내벽조차 없이 뼈대만 남아 있다. 벽과 기둥 곳곳에는 총탄과 포탄의 흔적들이 당시의 위태로운 분단의 현장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일성’이라는 반공의 현장으로만 찾던 철원 노동당사, 60년이 지난 시대의 변화와 함께 민족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과 평화를 상징하는 역사 건축물과 문화공간으로 영역의 변화가 확장되고 있다.

‘지뢰조심’.

 

김시동 사진가 · 지역아카이브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