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미감 ‘home sweet home’

2008.06.05 16:30

문화통신 조회 수:9713

home sweet home



 어릴적 안방의 한쪽 벽면에 횃대보가 있었다. 어머니가 옥양목천에 색실로 수를 놓아 만든것으로 벽에 옷을 걸어두고 이것을 가리는 용도였다. 어머니의 또 하나 수예품은 옷덮개였다. 이것은 아버지의  양복에 먼지가 묻지 않도록 옷을 씌우는 용도였는데 횃대보와 마찬가지로 앞면에 수를 놓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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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와 새가 어우러진 십자수가 있었고 그와 함께 ‘home sweet home’이라는 영문을 수놓은 것이었다.

 당시는 별 생각없이 어머니의 솜씨라는 것에만 관심을 두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하필이면 왜 영문 ‘sweet home’ 을 수놓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와 함께 연상되는 것은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쉴 곳은 작은...’이라는 가사의  노래 ‘즐거운 나의 집’이다.


 아마 전통적으로 층층시하의 시어른들이 계시는 가정이 아니라 부부를 중심으로 한 근대적 가정, 즉 서구식 가정을 꿈꾸면서 우리 어머니들이 혼수감으로 장만하였던 품목이었던 것 같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우리 집에 그럴듯한 자개장롱이 생겨 그 안에 옷을 걸어두기 시작면서 그 횃대보는 사라진 것 같다.



 남편은 밖에 나가서 일하고 아내는 열심히 자녀와 집안일을 돌보며 남편이 돌아오면 함께 먹을 밥을 아랫목에 묻어놓고 윗목에는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며 수를 놓거나 뜨개질을 하는 장면….

 그것이 우리 어머니들이 꿈꾸었던 여자의 행복이었을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그런 행복을 많이 누리지는 못하셨다.  아버지는 결혼초기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 장사가 늘 시원치 못했다. 그 탓에 어머니는 신혼 초 몇 년의 전업주부 시절을 빼고는 남편과 사별 후 몇년동안까지도 시장통에서 삶을 보내야했다.


 
지금은 칠순을 넘겨  직장다니는 셋째 딸의 살림살이를 거들며 지내시지만 잠시도 손을 쉬지 않으신다. 어머니의 손에는 뜨개바늘이 항상 손에 들려있다. 유행이 지난 옷을 후루륵 풀어서 다시 뜨기도 여러차례 하신다. 결혼 전부터 시작한 직장생활을 결혼후에도 쉬어본적이 없는 나의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하라고 해도 귀찮은 일이건만 요즘도 예쁜 뜨개실에 욕심이 많으시다.



 서구적 가정의 행복을 꿈꾸었던 우리 어머니들, 그 꿈은 지금 많이 퇴색했다. 여성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생활하기 어렵고 스스로 능력이 없는 것 같아 위축되고 우울감이 생기는 요즘이다. 십자수로 원앙을 새기고 재물과 다복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수놓으며 어머니들이 꿈꾸었던 행복,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강한 어머니’로서 부단히 노력하셨던 것 같다.

 ‘남자는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와야 한다’ 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우리 어머니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남녀의 전통적 성역할을 뛰어넘는 일들이 많아진 요즘, 가정의 행복은 무엇으로 상징될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하게 된다.


2007년 12월호(문화통신 계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