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미감 손재봉틀

2008.06.05 16:35

문화통신 조회 수:9615

손재봉틀


 재봉틀을 보면 우리의 언니들이 생각납니다.

 60,7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주요 산업이었던 봉재산업의 일꾼이었던 언니들에게 재봉틀은 꿈이자 절망이지 않았을까요? 열악한 고용환경과 저임금은 그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게 했고 그래도 그 일을 거부하지 못한 것은 절대빈곤의 가정 때문이었습니다.

 가족과 동생들 또는 오빠를 교육시겼던 그들은 자신들의 가정에 희망의 통로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의 경제활동은 실상, 가정에서 일어나는 가사노동의 확장에 다름아니었습니다. 봉재산업 역시 그러한 일중의 하나였구요.


 봉재산업현장에서 쓰이는 재봉틀은 가정에서 쓰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입니다. 손이나 발을 이용해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순식간에 작업이 이루어지는 전기재봉틀이었고 이것은 잠깐의 실수로도 큰 상해를 입히는 ‘기계’였습니다.

 제게는 일찍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공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사촌동생이 있었는데 이 아이가 다니던 봉재공장에서 손을 다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치료를 제때 해야하는데도 그 공장에서 잘 처리해주지 않아 병원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가평에 사는 고모는 춘천에 있는 우리집을 찾아와 답답함을 호소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전해들은 나는 우리지역 노동사무소를 통해 그 회사에 항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몹시도 답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기막힌 사연들이 우리 언니들의 가슴에 아직도 담겨 있겠지요?


 사실 이번 사진은 엄마의 재봉틀을 생각하며 그저 담담한 일상적 추억의 물건으로 이야기하려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고 사진을 다시 살펴보다 산업현장에서 오직 부속품의 하나처럼 가정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사회로 나가 변형된 가사노동을 담당하던 우리들의 언니들이 생각났습니다.

 재봉틀 하나가 참 많은 생각을 던져주고 있어 이번 제 이야기는 좀 산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어머니의 추억만을 담기에는 이 재봉틀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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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의 재봉틀은 손으로 기계를 돌리는 가정용입니다. 우리 어머니들이 즐겨 쓰시던 물건이지요. 가정의 재봉틀은 손바느질을 좀 더 기능적으로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계입니다. 앉아서 손으로 돌리거나 발틀을 이용해 바느질을 하는 재봉틀은 나의 유년시절, 어머니의 애용품이었습니다. ‘드르륵’ 돌리면 신기하게도 우리들의 옷이 만들어져 어머니를 무척 능력있는 분으로 여기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제게는 참 낯설고 조금은 두려운 기계로 받아들여져 영 친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재봉틀을 제대로 다뤄본 기억이 없습니다.

 바늘에 실을 꿰는 순서나 북집에 밑실을 넣는 일, 그 사이로 천을 집어 넣어 바느질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기계적인 작업이어서 늘 마음 밖으로 밀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정에서 기계의 힘을 발휘하던 손재봉틀은 기계재봉틀과 언니들의 집단 재봉으로 인해 곧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소위 기성품 의류가 등장하면서 집에서 재봉틀을 돌려 무엇을 만드는 일은 점점 드물어진 것이지요.



 
연전에, 손바느질을 하는 침선공예가의 전시회를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손으로 한땀한땀 바느질하거나 손재봉틀로 박아서 만든 조각보며 이불보 등을 전시하였는데 둘러보는 이들 마다 작품의 수고로움에는 감탄하지만 판매가격을 보고는 매우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량생산에 의해 만들어지는 제품들의 가격과 비교하면 엄청난 가격차이가 나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손바느질로 생활용품을 만든다는 것은 상품적 가치가 없지요. 그래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미덕에 맞지 않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들의 손바느질은 이제공방이나 박물관 같은 곳에서나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튿어진 옷자락을 재봉으로 드르륵 박아주거나 옷을 줄이고 늘이는 것은 일도 아니게 해내시던 어머니 세대, 이에 반해 저는 새옷을 사서 바짓단 하나 줄이려 해도 수선점이나 동네 세탁소 신세를 져야합니다. 어쩌다 꺼내는 바늘잡이도 나날이 서툴기만 합니다. 이런 우리네 삶이 정말 좋아진 걸까요? 


2008년 봄호(문화통신 계간지)